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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 이전설에…주민 "생계 끊겨" 반발

경북도, 환경단체 잇단 요구에
전담팀 꾸려 이전 타당성 검토
연매출 1조대 제련소 사라지면
봉화·태백 지역경제 붕괴 위기
주민들 "환경문제 상당수 개선"
내년 하반기 결과 발표에 촉각

  • 우성덕
  • 기사입력:2025.09.30 17:49:08
  • 최종수정:2025-09-30 2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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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북 봉화군과 강원 태백시 주민 500여 명이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제련소 이전 반대 공동투쟁위원회
지난 25일 경북 봉화군과 강원 태백시 주민 500여 명이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제련소 이전 반대 공동투쟁위원회
"석포제련소가 떠나면 이곳은 소멸됩니다."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사는 임광길 씨(66)는 요즘 불안한 마음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인구 1780여 명에 불과한 석포면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전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다. 제련소 이전 반대 주민들로 구성된 석포면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씨는 "제련소 덕분에 먹고사는 강원도 태백시 주민들과도 공동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며 "지역의 일자리와 경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반대 투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과 강원 태백시 주민들이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수년 전부터 환경단체가 '환경오염'을 근거로 제련소 이전 및 폐쇄를 요구해온 상황에서 최근 지자체 등이 이전을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이전 TF를 꾸리고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했고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전의 실현 가능성과 일자리 대책을 종합 검토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전 움직임이 감지되자 지난 25일 봉화군과 태백시 주민 500여 명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제련소 이전·폐쇄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대규모 집회도 열었다.

주민들이 이전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석포제련소가 지역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 문을 연 석포제련소는 연매출 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아연 생산 기준 세계 4위권의 비철금속 제련소다. 인근에 대규모 아연 광산이 있어 이곳에 들어선 뒤 50여 년간 운영돼왔다.

경북 북부권에서 상주 인력 1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사실상 석포제련소가 유일하다. 제련소와 협력업체 임직원, 그 가족까지 합치면 제련소에 생계가 걸린 인구는 수천 명에 달한다. 보수 등으로만 연간 약 1000억원이 봉화와 태백 등에 유입돼 지역 경제와 교육 수요도 떠받치고 있다.

제련소 임직원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석포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92명으로 봉화군 관내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두 번째로 많다. 석포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태백시에도 제련소에 근무 중인 근로자와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어 태백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태백시의 경우 지난해 장성광업소 폐쇄로 인구 유출과 청년층 이탈을 겪은 만큼 제련소까지 이전하면 지역 경제가 붕괴된다는 위기감이 주민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주민 간 시각차도 크다. 환경단체는 제련소의 환경영향을 문제 삼아 줄곧 이전 또는 폐쇄를 주장해온 반면 주민들은 "과거의 과오를 근거로 수천 명의 생계가 달린 제련소를 폐쇄하라는 요구는 과도하다"며 "환경 관리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반발한다.

제련소는 2021년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용수를 100% 재활용하고 공장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오염 확산방지시설도 갖췄다. 실제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련소 하류 각 측정지점의 중금속 수치가 법정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전에 대한 타당성 용역 검토 결과는 내년 7월에 나올 예정"이라며 "용역 결과에 따라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봉화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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