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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탈출하는 인재 모시자" 국내대학 손짓

美트럼프와 하버드대 갈등틈타
교수·연구원·학부생 유치나서
고대, 편입학·계절학기 늘리고
해외교원 초빙해 숙소 지원도
연대, 외국인석사 전원 장학금
KAIST도 과학인재 영입전
파격내건 日·홍콩과 경쟁해야

  • 이용익/고재원
  • 기사입력:2025.06.09 17:52:23
  • 최종수정:2025-06-09 19: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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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을 금지하고 각종 연구비를 삭감하자 미국을 떠나는 연구자와 학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대학들이 미국 인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미국 탈출을 계획하는 최고급 인재들을 놓고 세계 각국 대학들의 '구애전'이 달아오르며 한국 대학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9일 교육계와 대학가 등에 따르면 고려대는 최근 미국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수나 학생을 위해 특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고려대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편입학으로 관련 학과에서 학업을 이어가도록 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동·하계 계절학기를 통해 학점을 인정받아 복학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 석학을 포함한 우수 교원들은 특별 초빙 방식으로 채용할 예정으로, 필요하면 숙소나 기숙사 등 정주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연구 역량이 뛰어난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연구중점교수로 초빙해 기존 교원과 협력해 연구를 이어갈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어려운 여건에도 학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인재들이 고려대에서 연구와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세대와 KAIST도 인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연세대는 최근 외국인 일반대학원 정규 학기생 전원에게 정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연세 외국인 동행 장학금'을 신설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별도의 선발 절차는 없고 국적이나 계열과 관계없이 모두 지원하는 만큼 하버드대 외에도 많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KAIST는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대학원 석박사 과정 편입생 모집에 나선다. 특히 KAIST 소속 교수들도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편입학 일정을 공유하며 해외 S급 연구자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정부도 국내 대학들의 인재 유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하반기 4대 과학기술원에 박사후연구원 같은 신진연구자 400명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 중 약 30%인 120명 정도를 해외에서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영입한 인재들은 대주제별 8개 사업단에 속해 연구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학계에서는 300억원 수준인 관련 사업 예산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 영입되는 신진연구자에게 주어지는 연봉이 1억원 내외로 책정되면서 훨씬 대우가 좋은 해외 대학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함께 기존 해외 인재 영입 프로그램인 '브레인 풀' 사업 개편에 나선다. 기존에 대학교수들이 개인 단위로 같이 일할 신진연구자를 영입하는 방식 대신 기관에 권한을 주는 형태로 변경한다.

포스텍은 글로벌 교원 교류·연구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약 한 달간 일정으로 해외 교원들을 초청해 포스텍을 둘러보게 하고, 공동연구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국제 경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홍콩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우수 미국 연구자들에게 화끈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홍콩과기대는 하버드대 유학생이 옮긴다면 입학 신청, 학점 이전, 비자 지원, 숙소 배치 등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도호쿠대는 지난 6일 300억엔(약 2820억원)을 투자해 세계 톱 레벨 연구자 약 5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수 상한선을 두지 않고 우수연구자를 위해 '백지수표'를 내걸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두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수도권 사립대 교수는 "실제로 국내로 올 우수연구자가 많지 않고, 그동안의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 여력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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