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 84조 해석에 대한 논란은 그간 법조계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형사상 소추가 기소에 국한되는지, 기존에 진행 중이던 재판은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계속돼야 하는지 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해석이 엇갈려왔다.
대법원은 이에 대한 해석을 개별 재판부에 맡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결국 서울고법은 '기존 재판은 대통령 임기 중에는 중단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격 훼손 방지 등을 위해 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지 않고 국정 운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헌법 84조 취지를 적극 해석·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판단이 내려져 파기환송심에서 양형만 정하면 되고 해당 재판은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진행하는 궐석재판도 가능한 만큼 헌법 84조 취지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견해도 나온다.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2심은 서울고법,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은 서울중앙지법, 대북송금과 법인카드 유용 1심은 수원지법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사건 중 당초 지난달 공판기일이 잡혀 있던 위증교사 재판은 추정으로 연기된 이후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대장동 사건 재판은 오는 24일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다. 법인카드와 대북송금 재판은 아직 공판준비기일에서 별다른 진전 없이 공전하고 있다.
헌법 84조 해석에 대한 논란에도 선거법 위반 외 나머지 재판 역시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은 이 대통령 관련 재판 진행 여부에 대해 지시를 내릴 권한이 없다. 대신 각 담당 재판부가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일선 법원들이 재판 진행 판단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상황에서 그의 유무죄를 따져야 하는 재판을 일선 법원이 정치적 압박을 견디면서까지 강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통령 재판을 임기 동안 중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허위사실공표죄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이 통과·시행되면 5개 재판은 이 대통령 임기 동안 사실상 무기한 중단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선거법 재판에서 법률 폐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대통령이 면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서울고법의 재판 중단 결정 이후에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계획대로 오는 12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정치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와 특검법 발의,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개최 등 정치적 공세에 휘둘리는 것이 사법부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 재판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볼 가능성도 열려 있다. 만약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시행되면 각 재판부는 '법원의 권한이 침해된다' 등의 이유로 국회 등을 상대로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을 중단한 법원이 사실상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격이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 다른 피고인이 헌재를 상대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평등권 침해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날 서울고법 결정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법원도 재임 기간 중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기일을 미뤘다면 역으로 법을 개정해도 문제가 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강전애 국민의힘 대변인은 "법률 해석 권한은 원칙적으로 헌재에 있고 법원도 법률 해석은 가능하나 국민 의견이 갈리는 첨예한 사건에 대해서는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다"고 반박했다.
[박민기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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