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회사 임원에 대한 학력 위조 및 비리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 비방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고 해당 의혹을 명백한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2월 한 회사 주주 50여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 회사의 등기이사였던 B씨에 대해 ‘사업이 거의 실패로 돌아가자 회사 측에 돈을 요구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주주들을 이용한다’, ‘고졸인데 학력을 위조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해 공공연하게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A씨 측은 “게시글 내용은 허위가 아니고 임시주총을 앞두고 정당하고 올바른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취지에서 올린 것“이라면서 ”B씨를 비방할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글은 임시주총에서 (주주들의) 올바른 의결권 행사에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위해 작성·게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A의 게시글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고, 그 표현 방법도 상당성을 잃은 정도로 공격적·악의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내용이 B씨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A씨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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