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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병원 전문의 구인난…“연봉 5억에 숙소 지원해도 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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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2025.05.26 06:56:30
  • 최종수정:2025.05.26 06: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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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의료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수억원의 연봉과 숙소 제공 등의 모집 요건을 내걸었지만 지역 병원들이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정 갈등 여파로 신규 전문의 배출이 줄어들면서 연봉을 올렸지만, 지방 소멸에 따른 환자 부족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주 여건 등으로 지원자를 찾기 힘든 모습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지역의 의원을 비롯해 의료원·종합병원들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내과, 산부인과 등 진료과는 전문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도의 A 의원 원장은 “강릉의 의원에서 내과 전문의를 구하려고 월 실수령 2500만 원(세전 연봉 약 5억 원)을 제시하고 원룸도 얻어주겠다고 했지만 오는 이가 없다”며 “보통 가족들이 생활 여건이 좋은 서울에 머무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의료원은 3억5000만 원(세전 연봉)에 관사를 주고 차량도 제공하겠다며 소청과 전문의를 모집했지만 뽑지 못했다”며 “지방에선 아무리 수억원의 연봉과 추가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산부인과 전문의 구인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역의 B 종합병원 원장은 “분만이나 당직을 원하지 않는 전문의들이 많은 데다 남자 의사도 부족하니 지방은 더욱 구하기 힘들다”며 “헤드헌터들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연봉을 크게 올려 협상하려 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 수령액 기준으로 기본 2000만 원(세전 연봉 4억 원)은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전문의가 의료 현장에서 귀해졌다고 본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전공의 추가 모집에 나선 것도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등에 반대해 수련 병원을 떠나면서 올해 신규 전문의 배출이 전년의 5분의1 수준(총 509명)에 그쳐서다. 또 기존 전문의 중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는 낮고 수입은 더 많은 개원가로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모집 공고에 제시된 연봉 만을 보고 실제 전문의 몸값이 올랐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액 연봉 안에는 열악한 근로환경, 수술건수 등 달성해야 하는 진료 실적, 의료사고 발생 책임 등이 반영돼 있어서다. 지역 병원에서 아무리 연봉을 높게 불러도 전문의들이 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에 지역 전문의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저출산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 해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의료전달체계 개편,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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