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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에 ESG는 필수…제품 절반 페트병 재활용해 만들 것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
폐페트병 재활용 제품비중
30% 달성…최대 50% 목표
폐의류 재활용 기술 개발
정부 공동 연구기업 선정
히말라야 보존 활동도 본격화

  • 김효혜
  • 기사입력:2025.05.25 17:24:34
  • 최종수정:2025-05-25 19: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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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N블랙야크그룹은 본사 2층에 폐페트병을 활용한 재활용 시스템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을 꾸며 놓았다. 페트병이 실이 되고 옷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지속가능 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BYN블랙야크그룹은 본사 2층에 폐페트병을 활용한 재활용 시스템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을 꾸며 놓았다. 페트병이 실이 되고 옷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지속가능 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패션기업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이하 블랙야크) 회장은 지구의 기후변화 위기를 감지한 십수 년 전부터 계속해서 '친환경'과 '상생'을 외쳐왔다. 기업인이기 전에 산악인인 그는 거의 매주 찾는 산에서 그 변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ESG에 열심인 기업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비용 대비 효용 측면에서 당장 이익이 크지 않은 ESG에 기업이 지속해서 투자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강 회장은 "나 같은 창업자가 나서야 할 일"이라며 친환경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랙야크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기술에 투자해 지난 몇 년간 투명 폐페트병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게 만든 '플러스틱'(플러스와 플라스틱을 합친 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지구에 플러스가 되자는 의미) 제품을 블랙야크를 비롯한 자사 브랜드에서 꾸준히 선보이는 중이다. 벌써 전체 제품의 30%나 된다. 강 회장은 최소 40%, 최대 50%까지 늘릴 생각이다.

올해는 정부와 함께 버려지는 옷을 재활용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선다. '폴리에스터 혼방섬유의 F2F(Fiber To Fiber) 리사이클 핵심 기술개발 사업'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22일 서울 양재 사옥에서 강 회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패션이 무엇인지 물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의류재활용 사업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

▷버려지는 의류를 재활용해 다시 옷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순환경제 구축에 집중하려고 한다. 작년에 육군과 협력해 버려지는 육군 장병의 체육복을 재활용해 새 체육복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아직 헌 옷을 고품질로 재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실정이지만 이번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폐의류 자원순환 체계를 만들어 가려 한다.

―'지속가능 패션'이란 무엇인가.

▷글로벌 패션 시장은 페트병 재활용을 넘어 폐의류, 폐섬유 재활용으로 가고 있다. 패션업계의 지속가능성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자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산 단계부터 유통, 소비와 폐기, 마지막으로 재활용 단계까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것이 패션업계가 가야 하는 방향이자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 패션이다.

이미 유럽에선 정부가 나서서 이를 이끌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다 못하는 일은 기업이라도 나서서 해야 하지 않겠나. 기업이 이행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일찌감치 '투명 페트병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이 갈수록 원활해지고 있다. 재활용 페트병을 매입하는데 예전에 비해 매입 비용(단가)이 많이 낮아졌다. 과거에는 적자였는데 이제 손익이 맞는다. 앞으로는 점점 더 비용이 줄어들어서 더 많은 기업이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블랙야크, 블랙야크 키즈, 나우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생산한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현재 전체 제품 중 30%가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옷이다. 과거에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지만 갈수록 달라지고 있는 걸 느낀다. 처음에는 주로 '신기하다'로 시작해 '유해하진 않나요'라고 묻다가 '재활용 잘해야겠네요'로 마무리된다. 단순 호기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구매로도 이어진다. 특히 젊은층에선 최근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 그런지 소비가 활발하다.

―앞으로 준비 중인 활동이 있다면.

▷저는 기업인이면서 산악인이다. 1990년대만 해도 히말라야에 가면 아주 아름다웠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빙벽이 떨어져 내리고, 빙하가 녹으면서 물이 없던 곳에 물이 생기더라. 지구온난화를 직접 보고 심각성을 깨달았다. 히말라야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작년에 '아이스폴 닥터팀' 후원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는 7월에도 히말라야에 갈 계획인데 그때 네팔 현지 기업, 단체 등과 히말라야 환경 보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해보려 한다.

―시장이 침체기이다 보니 아웃도어 브랜드 상당수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요즘 많은 곳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데,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최고의 품질, 최고의 안전, 최고의 이용 가치를 보여주는 제품이 우선이다. 자연의 위대함과 오롯이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자 진정성이며, 패션은 우리에게 있어 장비다.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이 안전한 보호막이 돼주는 것이 우리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지.

▷올해는 내수가 부진하다 보니 해외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좀 더 높게 점치고 있다. 중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특히 중국은 아웃도어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2년간 매출이 20% 성장했다.

현재 중국 매장 수는 210개인데, 단순히 매장을 늘리는 것보다는 요즘 중국 내 트렌드에 맞게 매장을 고급화·대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해져 신중을 기하고 있다. 또 미국 시장에도 관심이 높다. 미국은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서 아시아 브랜드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지만, 같이 해보자는 파트너들 제안이 있어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강태선 회장 △1949년 제주 출생 △1968년 제주 오현고 졸업 △1973년 동진 설립 △1978년 거봉산악회 창립 △1995년 블랙야크 론칭 △2007년 제주국제대 경영학 학사 △2009년 동국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2012년 국민훈장 모란장 △2013년 제주대 경영학 명예박사 △2013년 블랙야크강태선 나눔재단 출범 △2020~2023년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2023년~ 서울시체육회 회장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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