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한복판에 있는 '타슈켄트1 세종학당'에서 만난 18세 미하일로프 시린. 그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통일문화연구원(이사장 라종억)이 이날 주최한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 제5기 수료식에서 세종학당 학생들은 수료식 내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에서 꿈을 키우겠다는 희망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고려인 3세인 바딤 박 군 (18)도 "정치외교학을 전공해 훗날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김보경 통일문화연구원 전무는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는 지금까지 600여 명의 한국어 교육생을 배출했다"며 "2011년 개설된 타슈켄트1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인원은 80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한류 열풍 속에서 한국어는 단순한 언어를 넘어 '희망의 언어'가 되고 있는 셈이다.
허선행 학당장은 "우즈베키스탄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어 학습 열기가 굉장히 높다"며 "이곳 학생들에게 한국은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가 열리는 나라"라고 전했다.
교육뿐만이 아니다. 통일문화연구원은 지난 16일 타슈켄트 인근 누르시안에서 장애인 지원 활동도 펼쳤다. 전동 휠체어 5대, 일반 휠체어 10대, 장애인 보조기구 및 의약품을 전달했다. 현지 3선 의원이자 고려문화협회장인 빅토르 박 우즈베키스탄 하원의원은 "비싼 휠체어는 꿈도 못 꾸던 이들이 이제 일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이번 나눔으로 한국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한층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한·우즈베크 수교 33주년 및 중앙아시아 고려인 정주 88주년을 기념해 통일문화연구원이 매경미디어그룹 등과 함께 준비한 일정이었다. 삼구I&C, 핑거, 해우, 디오티스, 브이드림, 한국그린데이터, KT&G, IBK기업은행 등 민간 기업 10여 곳과 함께 이 기간 동안 교육·의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외교 사절단' 역할을 했다.
특히 의료 협력 분야에선 뜻깊은 진전이 있었다. 통일문화연구원과 한국정형외과의사회는 우즈베키스탄 5대 대학 중 하나인 키묘대와 의학교육 협력에 나섰다. 김완호 정형외과의사회 회장은 "기초 의료 기술부터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은 여주대와 협력해 2018년 국제대학으로 개교, 현재는 약 4만명이 재학 중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 구자관 삼구I&C 회장, 김완호 회장, 박민서 핑거 부회장 등이 고려문화협회로부터 양국 우호 증진 공로훈장을 받았다.
라 이사장은 "한국어 교육, 장애인 복지, 의학 협력까지 민간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용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실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민간 주도의 지원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활동은 한국에 대한 신뢰를 넘어 존경과 사랑의 감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강창석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은 "통일문화연구원은 진심을 담은 연대를 지속하고 있어 현지 한인 사회와 한국 기업들에서 큰 신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타슈켄트 김명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