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경상남도 남해군 지족해협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은 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의 마지막 심사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과학자문그룹이 이날 현장실사를 통해 죽방렴의 가치를 측정했다.
죽방렴은 조류가 빠른 해역에 V자형으로 대나무를 엮어 만든 어살을 설치해 물살을 따라 이동하는 어류를 자연의 힘으로 포획하는 전통 어업 방식이다. 그물이나 동력선 없이 오로지 자연의 흐름에 의존하는 이 어업 방식은 700년 이상 이어져 온 남해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죽방렴은 2010년 명승(제71호),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제3호),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제138-1호)로 지정됐다. 국내에서는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데 이어 '국제공인'까지 도전에 나섰다.
이날 실사단은 지족해협의 물살을 타고 이동하는 어류의 모습을 관찰하며 어살의 구조와 기능을 세심히 기록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어 미역 채취와 가공 과정을 체험하며 지역 주민들의 전통적인 어업 방식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FAO는 이러한 현장 실사를 바탕으로 죽방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는지 최종 평가할 예정이다. 식량 및 생계 안정성, 생물다양성, 전통적 지식 체계, 문화가치 체계, 환경 보전 등이 심사 기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산도 구들장논, 제주 밭담, 하동 전통 차 농업, 금산 인삼 농업, 담양 대나무밭 농업 등 5개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남해 죽방렴이 이번 실사를 통과할 경우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죽방렴의 최종 등재 여부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남해군 관계자는 "죽방렴은 자연과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함께 만들어온 소중한 유산"이라며 "이번 실사를 통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도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오는 7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울산시는 울주군 대곡천을 따라 위치한 국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반구천의 암각화'로 묶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시대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2010년 유네스코 잠정 목록에 등재됐고, 2021년에는 세계유산 우선 목록에 선정됐다. 이번에 등재가 결정되면 '반구천의 암각화'는 우리나라 17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울산시는 이번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함께 대곡천 일대의 암각화 등을 둘러볼 수 있는 탐방로를 조성한다. 길이 11.6㎞의 탐방로는 천전리 암각화길, 반구대 암각화길, 반구옛길 등 3개 코스로 구성된다.
향후 우리나라 암각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거점이 될 '반구대세계암각화센터' 건립 사업도 다시 추진한다. 이 사업은 2022~2023년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마친 뒤 추진됐으나 중앙투자심사에서 계획이 반려돼 중단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6월 중순이면 세계유산 등재 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세계암각화센터의 경우 세계유산 현장 실사단 권고에 따라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해 신중하게 용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해 최승균 기자 / 울산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