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송파·분당 순으로 많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수요 급증에 품귀 현상 빚자
일부 환자 ‘병원 뺑뺑이’도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앞. [사진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5/09/news-p.v1.20250509.1bbcd237eb96449a8c11b3388780285f_P1.png)
이 모씨(19)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집중력 향상을 위해 친구들 사이에 ‘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소문난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약을 처방받았다. 이씨는 “약을 처방받기 위해 ADHD 환자의 증상을 외워 병원에 갔다”며 “의사에게서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DHD 치료제가 ‘공부에 도움 되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약을 처방받는 10대가 늘면서 시장 왜곡이 심화하고 있다. 불필요한 수요가 급증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약이 필요한 환자들이 약을 구하는데 애로를 겪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당국이 단기적인 각성 효과를 위해 약물을 오남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눈앞의 성적 향상을 기대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욕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매일경제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0대 ADHD 환자 수와 치료제 처방 건수, 처방량이 모두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10대 ADHD 환자 수는 10만8210명으로 2020년 4만6335명에 비해 2.3배 증가했다. 처방량도 역대 최고인 3248만5045정을 찍었다. 이는 지난해 전 연령대 ADHD 치료제 처방량(9019만7357정)의 약 36%, 처방 인원(33만7595명)의 약 32%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10대가 가장 많이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은 동네는 서울시 강남·송파·서초구, 성남시 분당구, 대구시 수성구 등 모두 학구열이 높은 곳이다. 강남에서는 지난해 5079명이 179만3093정을, 송파에서는 3747명이 131만1417정을, 분당에서는 3914명이 117만887정을 처방받았다.
ADHD 약을 비급여로 처방받은 10대 환자는 2020년 4536명에서 지난해 6180명으로 늘었다. 10대 비급여 처방량도 2020년 277만7533정에서 2024년 511만9045정으로 5년간 1.84배 증가했다. ADHD 치료제의 부작용이나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급여 처방이 꾸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가 공부에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만큼 복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ADHD 치료제는 도파민을 올려주는 약인데, 도파민이 과도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이론적으로는 정상인 아이에게 도파민을 높여줘도 공부를 잘하게 하는 효과는 안 나타나고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ADHD 복용자들 사이에서도 “ADHD 약을 먹으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쉬지를 못하고 각성 상태가 지속된다” “공부가 끝난 후에는 머리에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식약처는 ‘ADHD 치료제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약이 절대 아니다’는 안내문을 통해 약물 오남용에 따른 의존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식약처·검찰청·경찰청이 함께 ADHD 치료제를 중심으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료기관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ADHD 치료제는 미국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콘서타’다. [사진 출처=한국얀센]](https://wimg.mk.co.kr/news/cms/202505/09/news-p.v1.20250509.98f358c4e3aa42e0b99c460221ee374e_P1.png)
ADHD의 대표적인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 분비에 관여하는 자극제로,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과잉 행동, 부주의성 증상이 나타날 때 처방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는 2020년 14만3471명에서 2024년 33만7595명으로 지난 5년새 약 2.35배 증가했다.
공부 잘하는 약으로 인식되면서 ADHD 치료제의 수급 문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는데 치료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환자는 ADHD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 뺑뺑이’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다니던 병원 인근 약국에 약이 떨어져 병원을 아예 옮기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ADHD 치료제는 미국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콘서타’다. 한국얀센은 “원료 수급과 생산량 제약, 수요 증가 등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일시적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면서 지난해부터 식약처에 콘서타 공급 부족을 보고해왔다. 콘서타 장기 품절에 따라 대체 약물인 ‘메디키넷’과 ‘페니드’ 또한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ADHD 치료제 품귀 현상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총 2만2388명이 서명했다. [국민동의청원 캡처]](https://wimg.mk.co.kr/news/cms/202505/09/news-p.v1.20250509.63610d2b36e34ef3a3d50b284f752bd0_P1.png)
ADHD 환자와 보호자가 가입하는 네이버 카페에는 ‘콘서타 18㎎, 27㎎ 용량 있는 약국 정보 공유 부탁한다’ ‘콘서타 수급 문제로 강제 단약 중이다’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일부로 종료된 ‘ADHD 치료제 콘서타·메디키넷 품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청한다’는 국민동의청원에는 총 2만2388명이 서명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16% 정도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은 국민 중 40%가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며 “우리나라도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텐데 이에 따라 ADHD 환자 수도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정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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