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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걸려들었습니다”…284만건 한국인 전화번호로 투자리딩 사기 펼친 일당 검거

태국에 사무실 차리고 증권사 사칭 투자자 돈 가로챈 일당 11명 검거 회장 등 조직원 9명 구속 송치 태국 경찰과 공조수사로 검거 성공

  • 지혜진
  • 기사입력:2025.05.09 13:47:44
  • 최종수정:2025-05-09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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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사무실 차리고 증권사 사칭
투자자 돈 가로챈 일당 11명 검거
회장 등 조직원 9명 구속 송치
태국 경찰과 공조수사로 검거 성공
태국에서 국내 투자증권사를 사칭해 투자자의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돼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태국에서 국내 투자증권사를 사칭해 투자자의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돼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태국에서 사무실을 차린 뒤 국내 투자증권사를 사칭해 투자자로부터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단체 조직원 등 11명을 사기·사기미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이 단체를 조직하고 자금과 설비를 지원해 조직원으로부터 ‘회장님’ ‘아버지’라 불린 A씨(53)를 비롯한 조직원 9명은 구속 송치됐으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출석하고 도주한 조직원 1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월 태국에 사무실을 차리고 허위사이트 등을 마련한 뒤 국내 투자증권사라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후 ‘기관투자자 물량의 공모주를 배정해 주겠다’라고 속이는 방법으로 피해자 10명으로부터 약 3900만원을 편취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검거 현장에서 발견된 대본. [서울경찰청]
검거 현장에서 발견된 대본. [서울경찰청]

특히 이들은 약 284만건의 한국인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 등을 확보해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체는 방콕의 숙소에서 합숙하며 조직원들의 외박을 통제하고 여권, 휴대전화를 별도 관리하는 등 범죄단체로서의 기본적인 통솔체계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던 투자리딩방 사기조직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배워온 피의자들로부터 구체적인 범행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이들은 태국에 파견된 한국 경찰협력관의 적극적인 첩보 수집을 단초로 조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 21일 태국에 파견된 경찰협력관과 현지 경찰의 합동 검거작전을 통해 조직원 8명을 붙잡아 국내 송환했다. 이후 조직원을 수사하며 확보한 증거자료를 토대로 국내에 있던 A씨와 총책급 조직원도 체포해 구속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들을 순차적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장 검거 당시 모습. [서울경찰청]
현장 검거 당시 모습. [서울경찰청]

경찰은 피의자들이 인출하지 못한 피해금 전액(미수 피해금 제외) 2276만원을 확보해 그중 2261만원(99.3%)을 피해자들에게 반환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23년 10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고 자금을 세탁해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A씨에 6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공모 및 자금세탁 혐의(통신사기피해환급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적용해 구속 송치했으며, 전체 규모는 35억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명수배가 내려진 피의자를 추적하고 조직원들의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 확보 경위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찰은 국민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사기 범행을 일삼는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강력처벌할 것”이라며 “모든 투자에는 손실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주의하고 피해 발생 시 경찰에 신속하게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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