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 컨트롤 이해, 빠르게 3쿠션 적응”,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프로,
“부족한 파워, 근력강화로 보충…40점도 가능”

스승은 제자의 비상 동력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 시즌 LPBA투어 7개 대회 연속 우승 대업을 이룬 김가영(하나카드)이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 빼놓지 않는 인물이 있다. PBA투어 베테랑 김재근(크라운해태)이다.
김가영은 포켓볼에서 3쿠션으로 전향하면서 김재근의 지도를 받으며 맹훈련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3쿠션에서도 ‘적수 없는 1강’으로 거듭나는 데 조력자 노릇을 했다.
김재근은 김가영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 역시 김가영이 포켓 최정상의 선수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진짜 프로’의 자태를 지닌 것을 우선 강조했다. 김재근은 “김가영은 통상적으로 당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스트로크가 최고 수준이었다. 포켓에서 3쿠션에 맞게 변형만 시켜주면 되는 상황이었다”며 “처음에 ‘일단 네가 지닌 스트로크, 타법으로 많이 쳐보라’고 주문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포켓과 다르게 3쿠션은 수구 컨트롤이 중요하지 않느냐. 가영이가 개념만 잘 이해하면서 자주 치다 보면 최고 무기인 스트로크를 활용해 3쿠션에서도 빠르게 잘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보란듯이 김가영은 LPBA 데뷔 시즌인 19/20시즌 애버리지 0.860으로 시작해 21/22시즌 1.018을 기록하며 애버리지 1점대에 도달했다. 23/24시즌 1.033으로 끌어올리더니 지난 시즌(24/25) 1.208을 기록했다. 김재근이 기대한 대로 매 시즌 3쿠션 적응 속도를 올리며 발전해왔다.
김재근은 “가진 게 많다고 해도 꾸준히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당구”라며 “애버리지로도 증명하듯 가영이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프로다. 훈련량도 많을뿐더러 자기에 맞는 능률적인 프로그램을 가동할 줄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정상의 선수가 공통적으로 지닌 ‘강철 멘털’도 언급했다. 김재근은 “포켓에서 (장기간) 세계 챔피언을 유지하지 않았느냐. 오랜 타이틀 방어는 경험과 멘털이 동시에 따라야 가능한 데, 가영이는 포켓서부터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한 선수다. 현재 LPBA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김가영은 어느덧 남자 수준인 40점, 애버리지 1.5 이상을 새 목표로 내걸었다. 여자 3쿠션 선수에게 40점은 ‘마의 벽’으로도 불린다. 아무리 스트로크가 좋아도 힘과 속도가 따라야 한다.
김재근은 김가영이 충분히 남자 수준 애버리지에 근접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그는 “여자 선수에게 ‘파워’가 필요한 건 맞는데 설령 부족해도 다른 쪽으로 보완하는 게 김가영이다. 최근엔 당구에 맞는 근력 강화 운동도 하고 있지 않느냐. 난 충분히 40점대에 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신 당구에서 힘과 연관된 게 스피드다. 스피드가 이뤄진 상황에서 컨트롤까지 돼야 진정으로 높은 수준에 오른다. 축구로 따지면 호날두나 손흥민이 남보다 빠르면서도 컨트롤을 잘 하는 것과 같다”면서 “김가영이 여자 선수로 이런 부분까지 장착하면 누가 따라오겠느냐. 그걸 충분히 이뤄낼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제자를 치켜세우는 말이 아니다. 매 시즌 업그레이드하는 ‘진짜 프로’ 김가영의 오름세는 스승도 기대치도 높인다. 그만큼 ‘어나 더 레벨’ 행보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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