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교체하러 일부러 공항 찾은 시민 더 많아
“일반 대리점보다 재고 더 많을 것 같아 왔다”

해킹 공격으로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2300만명의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에 나선 28일, 공항 내 SK텔레콤 부스가 유심 교체 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항 이용 여객보다“유심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부러 공항에 왔다“는 여객이 더 많았다.
28일 오전 10시 10분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 1층 SK텔레콤 로밍센터. 유심 교체를 위해 찾은 시민 100여명에 줄을 서면서 1층 공간의 약 3분의 1이 분리됐다.
1층에 있는 출국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기 줄에 선 시민의 양해를 구해야만 이동이 가능할 정도였다.
‘오픈런’에 나선 시민들은 의외로 공항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
한 양천구 주민은 “유심 교체 예약이 안 돼 일부러 공항에 왔다”고 했다.
강서구 마곡단지에 근무한다는 40대 남성은 “일반 대리점 보다 공항은 유심 재고가 많을 것 같아 일부러 김포공항에 왔다”면서 “30분째 유심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줄에 선 시민에게 항공기 탑승 여부를 물었으나 출국 차 공항에 왔다는 시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왔다는 김모씨(48)는 “어제 유심 교체를 위해 스타필드 쇼핑몰에 갔었는데 마감이 돼 교체를 못 했다”면서“ 공항에 배웅하러 온 김에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말했다.
항공지원센터에 근무한다는 직원들은 단체로 유심 교체를 하러왔다 긴 대기 줄에 놀라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공항뿐만 아니라 일반 대리점도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을 위한 대기자들로 북적였다.
SK텔레콤 대리점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지만 강남·종로 등 번화가에 있는 대리점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100명이 넘게 줄을 섰다.
서울 광화문 SK텔레콤 대리점은 주변 회사원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애초 예정된 시간인 오전 10시보다 1시간 당겨서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건물을 빙 둘러싸고 선 100여명에게는 번호표까지 발급됐다.
이날 해당 대리점이 준비한 유심 초도 물량은 200개. 유심을 교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함을 느낀 일부 시민은 “다 털리고 난 다음에 이게 무슨 소용이냐” “줄을 똑바로 서라”라며 날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SK텔레콤이 개통한 온라인 예약시스템은 초기부터 신청자가 몰리면서 접속 장애가 빚어졌다.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은 웹페이지 주소(care.tworld.co.kr)로 직접 들어가거나 검색 포털, T월드 홈페이지 내 초기 화면 배너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본인 인증을 거쳐 교체 희망 매장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예약 시스템 개통 직후인 이날 오전 SK텔레콤 공식 홈페이지인 T월드의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이 이용자가 몰리면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T월드 앱은 ‘접속 지연’ 고지가 뜨며 먹통인 상황이 수십여분 이어졌고, 웹페이지는 초기에는 정상 작동하다 10시가 가까워지며 대기 인원 급증으로 인한 접속 장애가 나타났다.
한 이용자는 “현재 유심 교체를 신청하려는데 SKT 고객센터 전화는 불통이고 티월드 앱은 마비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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