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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석에만 있으면 더 늙어요”...멋지게 나이드는 것을 선택한 시니어들

인위적으로 노화막기보다 내적 美 추구 시니어 늘어 모델 수업은 수강전쟁까지 걸음걸이에 중년 개성 담아 폴댄스 10년차에 MZ들 감탄 “건강관리 되고 에너지 얻어”

  • 차창희
  • 기사입력:2025.04.27 14:36:08
  • 최종수정:2025-04-27 19: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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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노화막기보다
내적 美 추구 시니어 늘어
모델 수업은 수강전쟁까지
걸음걸이에 중년 개성 담아

폴댄스 10년차에 MZ들 감탄
“건강관리 되고 에너지 얻어”
10년 이상 폴댄스를 즐기며 건강관리 중인 조연실 씨(61)
10년 이상 폴댄스를 즐기며 건강관리 중인 조연실 씨(61)

“항상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자신감 있게! 모델은 절대 뒷걸음질 치지 않아요.”

평균 연령 60대 중반 시니어 20여명의 눈에 불꽃이 붙었다.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시크하게 넣고, 나머지 한 손은 허리춤에 도도하게 얹는다.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은 문화센터 강당을 순식간에 런웨이로 만들어버렸다. MZ세대 못지않은 청춘의 열기를 뽐내는 이들은 시니어 모델 지망생들이다.

시니어 모델 워킹 고급반에서 회장을 맡은 윤정식 씨(62)는 “나이가 들면 허리가 굽는데, 모델 자세를 취하면서 자연스레 교정이 된다. 실제 키도 1~2㎝ 컸다”며 “나 자신을 가꾸기 위해 미용실에 가고, 화장품을 구매하고 다양한 패션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W세대(Wisdom·Wealth·Well-being·Work) 신(新) 시니어의 등장에 단순 뷰티용품·케어뿐만 아니라 신체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프로에이징(Pro-aging)’ 족이 늘고 있다. 프로에이징은 인위적으로 노화를 막는 안티에이징의 반대말로 건강하고 진취적인 삶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프로에이징족은 주로 운동과 더불어 시니어모델 같은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즐긴다. 주 3~4회 꾸준히 서울 한강변에서 1시간 이상 러닝을 즐기는 박성희 씨(65)는 “머리 염색, 눈 밑 지방 재배치 등 미용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운동을 통한 건강한 매력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시니어 모델 활동은 워킹과 스트레칭으로 자신감을 키우고, 체중조절과 자세 교정 등 건강관리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인기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시니어모델 수업에서 최지혜 모델(강사)의 지도 하에 시니어들이 모델 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차창희 기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시니어모델 수업에서 최지혜 모델(강사)의 지도 하에 시니어들이 모델 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차창희 기자

최근 매일경제가 방문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문화센터 9층 강당에선 시니어 모델 지망생들의 미니 패션쇼가 열렸다. 현대백화점은 일선 지점 문화센터를 통해 시니어 모델 강좌를 진행 중인데, 인기가 많아 매번 수강 신청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문화센터 관계자는 “수강 신청이 시작되면 단 1~2시간 만에 마감된다”며 “5년 이상 수강 중인 회원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수업에 모습을 드러낸 시니어 모델 지망생들은 12㎝ 하이힐을 신고,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옷차림과 걸음걸이에 담았다. 청바지에 청재킷을 매칭한 ‘청청’ 패션을 선보이거나, 미니스커트에 명품 재킷을 걸친 회원도 눈에 띄었다.

올 블랙, 올 화이트 등 색감을 중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시니어들의 이마엔 땀이 송곳 맺혔지만, 얼굴엔 소녀 같은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황혜정 씨(64)는 “평소 길을 걸을 때 주눅 들지 않게 됐다”며 “예쁜 옷을 잘 소화해야 해서 체중도 관리하게 되고, 자연스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한지연 씨(60)도 “집에서 퍼져 있지 않고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며 “자녀들도 응원해주고 멋있게 봐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시니어모델 수업에서 평균 연령 6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모델 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차창희 기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린 시니어모델 수업에서 평균 연령 6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모델 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차창희 기자

시니어 모델 수업은 바른 자세를 교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몸을 벽에 밀착한 채 턱을 붙이고, 허리의 힘을 키우는 연습을 한다. 워킹을 할 땐 눈빛부터 발끝, 손끝의 위치 등 우아함을 살리기 위한 세세한 코칭이 들어간다.

10년 이상 폴댄스를 즐기며 건강관리 중인 조연실 씨(61)도 대표적인 프로에이징족이다. 소위 ‘봉춤’으로 알려진 폴댄스는 긴 봉에 두 팔로 매달려 버텨야 해 상당한 근력이 요구되는 고강도 운동이다.

조씨가 다니는 폴댄스 학원엔 2030 청년 회원들이 대부분인데, 조씨의 연기를 볼 때마다 “대단하다”며 감탄하곤 한다. 시니어 모델로도 활동 중인 조씨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폴댄스 영상을 올리며 건강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조씨는 “땀 흘린 후에 오는 상쾌함을 즐긴다”며 “단순 꾸미기보다 건강하게 젊음을 유지하려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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