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준비하는 청년이라면
사회에 꼭 필요한 기업인지
내가 정말 잘 아는 분야인지
두 가지 꼭 따져보고 결정을
지금도 신문·책 읽으며 공부
청년들 실패 두려워 마세요

“창업할 때 고려해야 하는 첫 번째 사안은 창업 기업이 사회에 필요한지, 둘째는 내가 잘 아는 분야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의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90)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 교보타워에서 경영에세이(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 간담회를 갖고 예비 청년 사업가들을 향해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명예회장은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싶다면 본인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 창업가들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자신의 능력보다 적성·흥미를 우선순위에 놓고 아이템을 고르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바탕이 된 한신증권을 1982년 인수했던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명예회장은 “금융·증권업에 관해 몰랐지만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한신증권을 인수했지만, 업종을 모르는 탓에 10년 넘게 고전했다”며 “직원들의 반발이 컸지만 한신증권은 1980년대 증권업계 최초로 인센티브제 도입해 확실한 보상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증권업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신증권은 1996년 동원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2005년 한국투자증권 인수 등을 통해 현재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발전했다.
김 명예회장은 성공하고 싶다면 환경 탓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성공할 기회가 많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일자리는 많지 않았다. 지금은 저성장 시대여도 일자리의 종류는 1만 가지가 넘을 것”이라며 “저성장시대여도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는 존재한다.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다면 시대의 성장 속도나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회장은 “매일 국내외 여러 개의 신문을 읽고, 틈만 나면 책을 보면서 다방면에 지식을 쌓는다”며 “만약 지금 새로 창업을 한다면 수십 년 동안 독서와 신문 읽기 등을 통해 축적된 지식이 많은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김 명예회장은 자신이 특출나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도전과 실패 끝에 성공한 것이라며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김 명예회장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도전을 권하고 싶어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어찌 보면 이렇게 책을 쓰고, 강연회를 하는 것도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명예박사 학위 9개, 훈장도 여러 개 받았다. 하지만 내가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며 “아흔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수많은 도전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내 도전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동원그룹은 지금도 여전히 도전 중”이라며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니 적극 도전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23세였던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指南號)’의 실습 항해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근면성실한 그의 모습을 지켜봤던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사업해보라고 여러 번 권유했다. 1969년 34세에 자본금 1000만원으로 원양어업 회사인 동원산업을 창업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캔인 ‘동원참치’를 출시해 식품가공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진출해 지금의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일궜다. 이후 동원그룹의 사업 영역을 수산·식품·물류·소재 개발 등으로 넓혀 지난해 매출 기준 8조원대 그룹으로 키웠다. 2019년 창업 50주년을 맞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