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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탐 보고 공대行…"뒤늦게 물리 과외 받아요"

사탐 선택해 고득점
인서울 공대에 입성
기초과목 지식없어
전공수업 공부 난감
대학생에게 배우거나
사교육 다시 찾기도

  • 이수민
  • 기사입력:2025.04.21 18:00:56
  • 최종수정:2025.04.21 18: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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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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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미적분과 물리를 제대로 공부했으면 대학에 와서 덜 힘들었을 것 같은데, 대학에 와서 물리를 공부하려니 벅차네요."

올해 건축학과에 입학한 신입생 A씨(19)는 전공 기초 과목 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 선택과목 중 미적분과 물리를 피해갔다. 하지만 대학에 와보니 물리 과목은 필수였다. 게다가 미적분을 모른 채 물리 과목을 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A씨는 "좋은 대학에 가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대학 공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까지는 예상치 못했다"며 "잘하는 동기, 선배에게 과외나 스터디라도 부탁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등학교에서 기초 과목을 학습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 이후 전공 과목을 이수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학생 간 과외 혹은 인터넷 강의(인강) 등 사교육을 통해 대학 강의를 따라잡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익명 커뮤니티에는 '공대생인데 삼각비의 역수를 모르는 학생들이 꽤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며 '올해 수능에서 확통, 사회탐구 과목을 보고 공대에 온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학생 간 과외를 중개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했다. 해당 앱에는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들이 직접 등록한 대학 미적분학, 일반화학·유기화학·물리화학, 인공지능(AI) 입문 등의 과외 게시글이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전공과 기초 과목 강의를 제공하는 인강 플랫폼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B씨는 "수능 선택과목 제한이 없고, 특정 과목에 부여되는 가산점도 낮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전공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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