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중에 시각장애인이 있었던 게 창업 계기가 됐습니다. 마침 세계적인 인쇄업계 대회에서 수상 소식이 전해졌는데 창의성과 품질, 기술 완성도가 인정받아 기쁩니다."
인공지능(AI) 기반 점자 번역 기술 스타트업 센시의 서인식 대표가 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AI 기반 점자 전환 기술은 센시의 핵심 도구일 뿐"이라며 "단순히 점자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점자와 텍스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사회'에 일조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센시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훨씬 유명한 사회적 기업(소셜 임팩트)이다. 마침 인터뷰를 하는 날 센시가 자체 개발한 점자 봉인 라벨이 '라벨·패키징 업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유럽라벨산업국제협회(FINAT) 국제 라벨 대회에서 수상이 확정됐다. 국내 업체가 FINAT에서 상을 받는 것은 센시가 처음이다.
센시는 언어·문자·수식·표 등을 점자로 전환하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점자로 된 교과서와 동화책 출판, 택배 박스·의약품 등의 라벨 인쇄를 주력으로 한다.
서 대표가 점자 전환 사업을 구상한 것은 시각장애인이 가족 구성원인 영향이 컸다. 공동 창업자인 조지윤 대표도 가족 중에 시각장애인이 있다.
기존 점자 전환은 도서 콘텐츠를 점자 편집 규정에 맞춰 수정한 뒤 이를 점자로 출판해 수작업으로 검수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법으로는 일반 책 1권을 점자로 전환하는 데 2~6개월, 표와 수식이 많은 수학책은 6~10개월이나 걸렸다. 센시는 콘텐츠 패턴을 분석해 문자, 표, 이미지 등 범주를 인식하게 했고, AI가 점자 편집 규정을 매칭해 자동 편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센시의 기술을 이용하면 최대 10개월이 걸리던 대학 수학책을 반나절이면 점자로 전환할 수 있다. 미국에서 점자 책 한 권이 150~200달러 수준인데, 센시는 자체 기술력으로 40달러대까지 낮췄다.

센시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 장애센터가 주최한 '조력기술 콘퍼런스'에서 애플과 만났다. 애플 측에서 센시의 AI 점자 변환 기술을 iOS에 탑재하자고 제안해 현재 기술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교육국과는 점자 교과서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모든 상품 표기에 점자를 병용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스페인을 우선 진출 대상으로 삼았다.
센시는 최근 ATP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투자자로부터 3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주간사도 선정했다.
서 대표는 "2023년 144억원에 이어 지난해 매출 309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도 30%대를 기록했다"며 "국내 최초의 사회적 기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돼 사회적 기업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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