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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소나무에 건조한 낙엽까지…초속 25m 강풍 만나 ‘불쏘시개’ 됐다

경북 역대최악 산불 왜? ①산림 중 불 잘붙는 소나무 비율 35% ②고온 건조한 강풍이 불길 키우고 ③이번에는 괜찮겠지 ‘안전불감증’

  • 김송현
  • 기사입력:2025.03.27 20:02:24
  • 최종수정:2025.03.27 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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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역대최악 산불 왜?
①산림 중 불 잘붙는 소나무 비율 35%
②고온 건조한 강풍이 불길 키우고
③이번에는 괜찮겠지 ‘안전불감증’
25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변 산들이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변 산들이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 북부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며 사상 최악의 ‘괴물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북 북부 산불이 확대된 원인으로 해당 지역 산림에서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비중이 높다는 점과 더불어 고온 건조한 날씨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등 3가지가 지목된다.

27일 산림청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경북 소나무 숲 면적은 45만7902㏊에 달했다. 이는 경남도(27만3111㏊), 강원도(25만8357㏊)보다 넓은 전국 1위다. 전체 산림 면적 중 소나무 숲이 차지하는 비율도 35%로 역시 전국 1위다.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 소나무 송진에 터펜틴과 같은 정유 물질이 20% 이상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산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봄철 한반도 기후도 한몫했다. 통상 3~5월에 한반도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머물며 생기는 강한 편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대기가 건조하고 뜨거워지게 된다.

북쪽과 서쪽에 소백산맥이 자리한 경북 지역이 산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풍까지 겹쳤다. ‘서고동저’ 지형과 ‘남고북저’ 기압 배치로 생긴 건조하고 뜨거운 강풍이 산불 확산 속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산불 발생 이후 경북 북동산지의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25m 내외에 달했다. 강수량도 적어 산불에 ‘불쏘시개’가 되는 낙엽이 지닌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떨어지며 불에 타기 쉬운 여건이 조성됐다. 낮 기온마저 평년보다 10도 넘게 높은 20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를 보이며 산불은 삽시간에 확산됐다.

안이한 안전 의식이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들어 발생한 산불은 총 250여 건에 이른다. 올해 발생한 산불 중 원인 조사가 완료된 사례는 158건으로, 원인 미상인 45건을 제외한 113건 중 110건(97.3%)가 실화(失火)에서 비롯됐다. 농촌 지역에서 만연한 영농 부산물 불법 소각 행위가 산불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산불 위험 요인을 낮추기 위해 산림 수종 다양화, 산불 예방 교육 강화와 빠른 초기 대응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환경연구부장은 “밀도가 너무 높은 소나무 숲은 솎아베기를 통해 산불 파괴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으면서 벌목을 통해 나무 간격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 소장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선 철저한 예방만큼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며 “이미 산가에서 점화하는 게 습관이 된 주민과 등산객에게 실화 예방 교육과 더불어 초기 진화, 신고, 대피 요령 교육을 실시하는 게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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