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식당에 들어서자 익숙한 멜로디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가 흘러나왔다. 식당 내에서는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이 한데 모여 밥을 먹으며 로제의 아파트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시장의 넘치는 활기는 마치 고려시대 국제무역항이었던 벽란도를 떠올리게 했다.
발안만세시장은 다른 전통시장처럼 활기를 잃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화성시 공단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들이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으며 터전을 잡았기 때문이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주말, 휴일이면 손님의 80% 이상이 외국인"이라며 "현재 18개국 외국인들이 시장을 찾고 있으며, 시장 내 음식점들이 이들의 집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축소사회' 덫에 빠진 대한민국에 다문화와의 공존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들이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것은 물론 인구 소멸 지역의 경제 활성화 등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문화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다양한 목적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지난해 265만783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 5121만7211명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우리 국민인 다문화가정은 2023년 기준 약 41만6000가구에 달하고 이 가정에 속한 다문화 가구원은 119만여 명에 이른다. 다문화가족 자녀 수는 약 31만명으로, 전체 미성년 자녀의 4.1%를 차지한다. 이 아이들은 미래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적자원이 된다. 정소윤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주민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고, 이들을 위한 사회 통합과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 이대현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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