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두 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전혀 안정되지 않고 있다. 마포·성동·광진구 등에서 신고가가 속출하자 점차 주변 자치구로 상승 열기가 퍼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2개 구의 올해 집값 상승률은 작년 한 해 상승률을 벌써 넘어섰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동구는 지난주(0.41%)에 이어 이번주(0.59%)에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포구(0.28%→0.43%), 광진구(0.25%→0.35%), 강동구(0.14%→0.31%), 동작구(0.10%→0.20%)도 한 주 사이 집값 상승폭이 확대됐다. 실제 이들 지역에선 연일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 전용 59㎡는 지난 20일 2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한 달 전보다 약 1억원 오른 거래다. 마포구 도화동 우성아파트 전용 141㎡는 지난 23일 신고가인 20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20억원을 돌파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 17일과 19일 각각 2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마포구 용강동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20일 이전 최고가보다 3억원 뛴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과 비교해 시장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22일 사이 성동구 아파트값은 11.15% 뛰었다. 이는 작년 한 해 누적 상승률(9.87%)을 넘어선 기록이다. 마포구도 작년 한 해 상승률(7.03%)보다 올해 상승률(8.63%)이 더욱 크다. 마포·성동구를 포함해 12개 자치구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서울 전체 집값 상승률도 작년(4.50%)보다 올해(5.25%) 더 높았다.
특히 강남권 인접 한강벨트 지역에서 상승세가 가파른 건 9·7 대책 발표 이후 규제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이 계속 언급되는 탓이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한 것이다.
정부의 9·7 대책이 시장에 공급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되레 '공급절벽'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달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1가구뿐이다. 올해 전체 물량은 4만6738가구였는데, 내년엔 2만8614가구로 반 토막 나고 2027년엔 8516가구로 더 쪼그라든다.
반면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발표한 135만가구 공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도맡을 예정인데 부채가 170조원을 넘어선 LH가 더 큰 부채를 감수하며 공공 주도 공급에 나설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커진 것이다.
정부가 앞서 내놓은 6·27 가계대출 대책 역시 발표 직후에는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으로 평가받았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6·27 대책 발표 후 10주가 지난 시점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0.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과거 2017~2020년, 2024년 발표된 주요 대책 당시 같은 시점의 매매가격 상승률이 평균 0.03%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해 6·27 대책에 따른 상승률 하락폭이 작다"고 분석했다.
상승 열기는 주변 자치구로도 퍼지고 있다. 중구(0.18%→0.27%)와 동대문구(0.09%→0.15%), 서대문구(0.07%→0.11%), 관악구(0.08%→0.11%), 은평구(0.00%→0.09%) 등이 대표적이다.
동작구와 영등포구에서는 9월 들어 이날까지 이미 각각 30건, 28건의 신고가 거래가 신고됐다. 이는 성동구(45건)와 마포구(42건), 강동구(41건)에 이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9·7 대책의 역효과가 나타나면서 정부가 추석을 전후해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많이 나온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기준(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소비자물가상승률)을 모두 넘겼다.
[이희수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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