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주택기금 여유자금은 지난 3월 말 기준 7조9000억원이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주택기금 여유자금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운용 규모가 크지 않았던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관련 통계가 공표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초이기도 하다.
주택기금 여윳돈은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줄고 있다. 재작년 3월에 20조8000억원이었던 여유자금은 작년 같은 기간엔 12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여유자금 규모는 올해 1~2월엔 10조~11조원을 유지하다 3월엔 결국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주택기금 여유자금이 줄어든 건 여러 정책을 뒷받침하느라 쓰임새가 늘어난 탓이다. 작년 1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디딤돌 대출의 새로운 유형인 신생아 특례대출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신생아 특례는 주택기금을 활용해 출산 가구에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해당 대출은 출시 1년간 총 13조원가량이 접수된 바 있다.
작년 12월엔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부 합산 연소득 조건을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재작년 10월엔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의 연소득 기준도 7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늘렸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사업, 노후 저층주거지 정비사업,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사업 등을 할 때도 주택기금을 재원으로 삼았다.
물론 여유자금이 감소한다고 현재 이뤄지는 공공주택 건설이나 디딤돌·버팀목 같은 서민 대출이 당장 중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곳간이 빈 만큼 차기 정부가 여러 주택 정책을 펼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장밋빛 공약이 쏟아진다는 데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 마당에 따르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신생아 특례대출과 생애 최초 대출 요건을 완화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신혼부부에 대한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대출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국토부가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지난해 디딤돌대출 시 방공제 면제와 후취담보대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과 정반대되는 기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4기 신도시 건설, 신혼부부를 위한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확대, 청년 맞춤형 공공분양 확대, 전세사기 피해 지원 확대 등 공약을 내걸었다. 주택기금의 여윳돈이 충분해야 실현 가능한 내용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느 후보 할 것 없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택도시기금
주택 건설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1981년 마련된 기금이다. 국민주택과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주택사업자,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려는 개인 수요자에게 자금을 지원한다. 청약저축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이 주요 재원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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