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서울 광화문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이재명 정부 밑그림을 그린다. 대선 과정에서 쏟아졌던 정책·공약을 재점검하고 국정과제를 마련한 후 장기 청사진을 제시하는 '3단계 접근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사진)은 10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대선 공약을 존중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 로드맵을 작성하겠다"고 국정기획위원회 운영 방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정책·공약집에서 내세웠던 회복·성장·행복이라는 3대 기조는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경제성장'이 첫 번째 국정과제로 배치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도 1호 업무지시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설치를 지시하며 경제성장을 연일 강조해왔다. 대통령실 인선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잇달아 성장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내놨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원회 규모도 과거보다 커질 예정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정기획위원회 설치·운영 규정 개정령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위원장 1명, 부위원장 3명을 비롯한 55명 규모로 꾸려지게 됐다. 전례에 따라 부위원장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함께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이 교체되는 대로 신임 국조실장도 부위원장으로 합류한다. 이 위원장은 "당·정·대가 뜻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보다 규모는 1.5배가량 커지게 됐다. 분과도 6개에서 7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에는 △국정기획총괄 △경제1·2 △사회1·2 △정치 △외교안보·국방 분과를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출범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광화문에서 돛을 올릴 예정이다. 광화문 정부청사를 비롯해 정부 소유 건물 2~3곳이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은 사용 가능한 정부 소유 건물이 마땅치 않아 광화문을 택했다고 한다. 따로 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사무실로 입주를 준비 중이다. 국민 혈세를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는 이 대통령 의중이 담겨 있다고 전해졌다. 이 같은 취지에서 이 대통령은 당분간 용산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첫 회의에서는 대선 정책·공약 점검에 먼저 나선다. 이 위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는 5년을 계획하는 곳으로 당장 오늘 펼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며 "선거를 치르느라 정신없었는데, 뒤돌아보며 점검·정리하는 일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던 국가비전 2030과 같은 장기 청사진은 가능성을 열어놓되, 다음 과제로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성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