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혼란 후 ‘정상화’ 강조
한미일 3자 회담 성사에 촉각
친중 이미지 논란 해소도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1호 행정명령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6.04 [사진 = 대통령실사진기자단]](https://wimg.mk.co.kr/news/cms/202506/09/news-p.v1.20250604.67cf370311484a3aa104721832821e6d_P1.jpg)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5일부터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1일 만에 직접 외교 무대에 나서면서 세계를 향해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게 됐다. 다만 상황은 좋지 않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종전, 관세, 방위비 등을 놓고 갈등을 겪는 상황이다.
물론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외교적 이슈에 의견을 낼 필요는 없다.
8일 이 대통령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G7 정상회의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데 이어 G7 정상회의에 공식 초청도 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G7 정상회의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하고 (대미) 특사단 파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상 만남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약식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정국 불안을 극복하고 ‘정상화’ 신호탄을 쐈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정상과 상견례를 하며 새 정부의 외교정책 노선을 설명할 좋은 기회다.
이 대통령의 정책이 정상회의 의제와 맞닿아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번 회의에는 △인공지능(AI)·양자 기술 등을 통한 경제 성장 △에너지 안보 구축 △분쟁 지역 안보·평화 등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AI, 반도체, 양자컴퓨터, 우주 등 첨단산업 분야의 과학기술 외교를 강화하겠다”며 “공공외교와 글로벌 평화·번영에 기여하는 K외교로 ‘G7+대한민국’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재건에 적극 나서며 한국 기업의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G7 국가별로 맞춤형 의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상대로는 친중 논란을 불식하며 안보·경제 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조선업뿐 아니라 방산·첨단산업 등에서 협력의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얘기다.
지난 6일 이뤄진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선 일단 관세나 주한 미군 감축, 방위비 인상 같은 민감한 주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정부로선 민감한 이슈는 일단 뒤로 미루되 정상 간 대화에선 한미 동맹 강화와 경제 협력에 대한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남을 계기로 한·미·일 3자 정상회의를 깜짝 개최할지도 관심사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공약을 내세우며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3자 회의가 성사되면 북한·중국을 견제하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는 방산·우주 협력이 우선 논의될 전망이다.
껄끄럽지만 중국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G7 정상회의 성명에도 인도·태평양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선 중국을 겨냥해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거 보수 진영으로부터 ‘친중 성향’이라는 비판을 샀던 이 대통령은 “중국은 중요 무역 상대국이자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며 “지난 정부에서 최악의 상태에 이른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서방을 향해선 ‘친중 정부’라는 오해를 풀어낼 필요가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차차 복원해야 하는 숙제가 이 대통령 앞에 놓인 것이다.
이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최근 러시아·북한 간 군사 협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군을 파병하고 무기를 지원했으며 그 대가로 군사기술을 이전받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와 가상화폐 해킹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이 대통령은 ‘로키(Low-Key)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유럽 사이에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방위비 인상으로 유럽을 강하게 압박하면 이 대통령도 미국 의제에 적극 동조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데뷔전’부터 험난한 시험대에 올랐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