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두 국가’ 이후 의도적 무관심 반영
김정은, 평양서 ‘러 안보수장’ 쇼이구 만나
韓 대선결과·북러 군사협력 등 논의했을듯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틀 만인 5일 이재명 대통령 당선 소식을 별다른 논평 없이 짤막하게 보도했다.
이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에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 진행’이라는 제목으로 대선 결과를 담은 두 줄 짜리 기사를 실었다.
북측은 기사에서 “한국에서 지난해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두 달 만인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고 썼다. 이어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재명(이재명)이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전했다.
북측은 이날치 노동신문에도 주로 나라 밖 소식을 전하는 6면에 같은 기사를 실어 대내적으로도 한국 대선 결과를 알렸다.
북한이 대내외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 대선 관련 보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북한은 한국의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파면 내용은 외신 보도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논평 없이 보도했다. 이어 대선 결과 역시 이처럼 짤막하게 다뤘다.
과거 북한은 한국 대선 정국에서 보수성향 후보를 비판하는 등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이후로는 한국의 주요 정치 이벤트에 대해 단순 사실관계만 전하며 의도적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또 기존에 쓰던 ‘남조선’ ‘괴뢰’ 대신 ‘한국’ ‘대한민국’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위임으로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쇼이구 안전이사회 서기장이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평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6/05/news-p.v1.20250605.8ce60fde0bea465b90d1614bd6573a6e_P1.jpeg)
한편 이날 북측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국제정세를 논의하고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쇼이구 서기의 방북은 지난 3월 말 이후 70여일 만이다.
북·러는 이번 쇼이구 서기 방문을 계기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후속 조치와 전사자 보훈·예우는 물론 북한의 전후 복구 참여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한국 대선에 대한 북·러 간 대응 공조 방안도 논의했을 개연성이 높다.
북측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비롯한 모든 심각한 국제정치 문제들에서 러시아의 입장과 대외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로(북러) 국가 간 조약의 조항들을 책임적으로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북한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 탈환 이후 ‘사후 정산’ 차원에서 러시아에 책임 있는 약속 이행을 강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과 쇼이구 서기가 북·러 연합군사연습 등 한반도에서의 양국 간 안보협력 문제도 협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