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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보수 단일화 … 김문수 "내가 대선 이기겠다"

의총서 재차 거부 … 단일화 여론조사 공표도 막혀
김문수 15분간 작심발언
꽃다발 받으며 의총 들어와
의원들 만류에도 중도 퇴장
"당지도부 단일화부터 하고
선대위 구성 미루자 제안
온갖 부당한 수단 동원"
지도부 로드맵은 '급제동'
권영세 "대단히 실망스럽다"
홍준표, 金 합류 요청 거절

  • 김명환/최희석/박자경
  • 기사입력:2025.05.09 17:51:39
  • 최종수정:2025.05.09 17: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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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후보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김 후보가 지도부와 함께 의원총회장에 들어서자 의원들로부터 박수와 함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왼쪽 사진). 하지만 이 자리에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분위기가 급속히 경색됐으며, 나갈 때는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뉴스1
9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후보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김 후보가 지도부와 함께 의원총회장에 들어서자 의원들로부터 박수와 함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왼쪽 사진). 하지만 이 자리에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분위기가 급속히 경색됐으며, 나갈 때는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뉴스1
보수진영 대선후보 단일화가 파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권영세·권성동 '투톱'의 사퇴까지 내걸며 김문수 대선후보에게 단일화 수용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9일 의원총회에 깜짝 등장해 강제 단일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이날 한덕수 무소속 후보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단일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김 후보와 세 번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선 본후보 등록 마감일은 11일이다. 사실상 양자 단일화를 위한 시간이 이틀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상황은 김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당 지도부가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위해 전날부터 진행했던 후보 선호도 조사도 그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진행하던 후보 선호도 조사를 공표할 수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에서 답이 왔는데, 여론조사 공표를 하지 못하게 됐다"며 "정당 또는 후보자가 직접 실시한 해당 선거(대선)에 관한 여론조사는 공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108조 12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단일화 추진 동력이 또 한번 꺾인 셈이다. 당 지도부는 후보 선호도 조사를 근거로 11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후보 교체를 불사하겠다는 로드맵을 가동했던 바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선 김 후보와 당 지도부 간 충돌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대선후보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후보는 지도부 면전에서 "지금 당 지도부가 하고 있는 강제 단일화는 실은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 그래서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이후 곧바로 선거 준비에 나서 당력을 모았다면 오늘날의 지지율은 아니었을 것이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상대로)제가 이기겠다. 함께 갑시다"라고 단일화 포기를 종용했다.

곧이어 마이크를 잡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우리 의원들께서 기대하신 내용과는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지도자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김 후보는 바로 의총장을 떠났다. 김 후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일부 의원이 길을 막았고, 김 후보를 향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지도부와 김 후보 간 진실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김 후보가 언급한 전당대회 당일 지도부와 만남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적극 반박에 나섰다.

이 사무총장은 "전당대회 직후 지도부 3명이 캠프에 찾아가서 김 후보를 만난 것은 사실이고, 덕담만 하자고 다짐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단일화 이후로 미루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후보가 '아니다. 지금 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그 밖에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나는 바로 사무총장실에서 짐을 뺐는데 장 의원 본인이 고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 후보가 김 후보에 비해 우세하지 않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단일화하면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두 후보 지지율은 각각 27.1%로 같았다. 조사는 자동응답시스템(ARS)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4.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 단일화 실패 분위기에 쐐기를 박으려고 김 후보 측이 서두르다 황당한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날 오후 김 후보 측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전 시장은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고 미국으로 간다"고 즉각 부인했다.

[김명환 기자 / 최희석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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