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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등판 임박하자 후보들 딴소리…자중지란 빠진 국힘

한대행 5월1~2일 출마 유력
손영택 비서실장 먼저 사표
총리실 참모로 캠프 꾸릴듯
이낙연, 단일화 가능성 시사
이와중에 국민의힘은 내홍
권영세·정대철 전화통화에
한동훈 "패배주의 아닌가"
홍준표 "출마 상식에 맞나"

  • 안정훈/진영화/구정근
  • 기사입력:2025.04.28 17:51:40
  • 최종수정:2025-04-29 10: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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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8일 사실상 대선캠프 구성에 착수하면서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한 권한대행을 집중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당이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날 한 권한대행 최측근인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가장 먼저 사표를 던졌다. 총리실 안팎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5월 1~2일께 총리직을 내려놓은 뒤 정식으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은 조기 개헌과 국민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는 물론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빅텐트' 구상을 천명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 단일화 작업이 현실화된다면 한 달여 남은 대선 정국에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에 따르면 손 실장은 이날 '개인 선택'을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리실의 정무직 실장급 인사들도 한 권한대행 사퇴와 동시에 사직서를 내고 캠프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 선거캠프는 총리실 핵심 참모 위주의 '소수정예'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이 다소 지체되는 것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관련이 있다는 전언이다.

한 권한대행은 2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금지를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자신이 행사했던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후 마지막 일정은 30일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방한하는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과의 회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자로 권한대행 업무를 마무리한 뒤 다음달 1~2일께 출마 선언을 한다는 복안이다.

한 권한대행은 전북 전주 출신이자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통'이다.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 다른 후보와 차별점이 있다는 평가가 보수 진영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 승리한다면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한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출마하면 호남, 특히 전북 표를 못해도 30~40%는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도 이날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며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고문은 "위기 극복, 정치 개혁, 사회 통합에 대해 생각을 같이하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여지를 뒀다.

한 권한대행은 출마 일성으로 '조기 개헌'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벌어진 국정 혼란 속에 한 권한대행은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에 대한 의지를 주위에 밝혔다는 후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임기를 2028년까지 3년으로 단축하고, 이때 대선·총선·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방안 등이 언급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대선과 개헌 투표를 동시 실시하는 '1년 임기'도 일각에서 제시됐지만 당장 국민의힘 등에선 난색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한 권한대행은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지만 단일화에 긍정적이었던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 일부가 다시 비판적 입장으로 선회한 점이 막판 변수다. 이를 두고 단일화에 긍정적인 당 지도부와 내홍이 빚어졌다.

한 권한대행과 '원샷 경선'을 치르겠다고 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돌연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나"라며 공세를 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꾸 그런 얘기(단일화)를 하는 것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건 패배주의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권 위원장이 최근 한 권한대행과 회동이 예정된 정대철 헌정회장에게 "(단일화와 관련해) 좋은 얘기를 해달라"고 당부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만 이날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단일화의 구체적인 부분을 좀 더 얘기하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해 긍정적 입장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권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 원로 정치인에게 향후 예상되는 반명(반이재명) 단일화나 소위 '빅텐트' 과정에서 우리 당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뭐가 부적절하고 왜 패배주의인지 잘 모르겠다"며 한 전 대표를 향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 측에선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정해지는 다음달 3일까지 일단 기다리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 입장에서는 국민의힘 기호인 2번을 받으려면 후보자 등록 기한인 다음달 11일 전에 입당해 단일화까지 이뤄내야 한다. 만약 유력 후보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칫 무소속 후보로 끝까지 나서야 하는 부담을 떠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한 권한대행 출마설에 비판의 목소리를 최대치로 높였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공범인 한 권한대행은 국민과 헌법을 우롱하지 말라"며 5대 불가론까지 주장했다.

[안정훈 기자 / 진영화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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