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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명’ 에 말실수 방지 총력…입 조심하는 이재명

李, 한 행사서 “마이크 끄고 해야” 실수없는 ‘무탈 경선’ 전략적 행보

  • 구정근
  • 기사입력:2025.04.25 16:34:53
  • 최종수정:2025-04-25 16: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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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한 행사서 “마이크 끄고 해야”
실수없는 ‘무탈 경선’ 전략적 행보
25일 전남 나주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열린 농업과학기술진흥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와 김영록 전남 지사가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25일 전남 나주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열린 농업과학기술진흥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와 김영록 전남 지사가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경선 구도가 사실상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으로 굳어진 가운데, 이재명 전 대표는 최근 언행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며 ‘몸 사리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앞두고 “마이크 끄고 하겠다. 말실수하다가 또 트집 잡힐까 봐”라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

이재명 캠프 측은 “공식 마이크 사용 시 선거법상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돌발 발언으로 인한 논란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12일부터는 확성장치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다만 직접적인 지지를 호소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전 대표의 이러한 전략은 다른 예비 후보들과도 대비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각종 매체와 인터뷰를 이어나가며 언론 대응에 적극 나서는 반면, 아직까지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 한 건 없이 일정 대부분을 유튜브 영상을 통한 공개나 비공개 형식으로 소화하고 있다.

공약 발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글의 형태로 사전에 노출하고 있다. 공식 일정에 앞서 공약을 먼저 공개한 뒤, 이후 일정에서 공식 발언 등을 통해 부연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면 인터뷰는 아예 없을 것”이라며 “방송 중에서도 1시간 이상, 발언의 맥락이 온전하게 실릴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출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방문 일정도 대부분 기자단 ‘풀(pool)’ 을 구성해 제한적 취재로 진행된다. 일정 자체는 공개하되, 현장 접근은 일부 풀 기자들로만 구성해 취재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예기치 못한 질문이나 돌발 상황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여전히 돌발 발언의 불씨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열린 웹툰 관련 행사에서 이 전 대표는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도) 초기에는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나”라고 발언해, 현장에 일시적인 긴장감이 일었다.

이후 23일 오마이TV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는 “(개헌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직결된 게 아니다. 개헌 헌법이 즉시 시행되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시행될 텐데, 그건 좀 여유를 둬도 괜찮겠다”며 “일단 경제·민생 문제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측은 토론회가 끝나자 “오늘 ‘오마이TV’ 토론 중 김동연 후보가 ‘취임 후 100일 안에 해야 할 일’ 중 개헌을 언급하여, 이재명 경선 후보가 100일 안에 할 시급한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따로 입장을 냈다. 이는 자칫 개헌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당 안팎에서는 “이미 대세가 기운 상황에서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고, 실수 없는 ‘무탈한 경선’을 치르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의 ‘말조심’ 모드가 대선까지 무탈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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