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현주(박성훈) 캐릭터 욕심나”

“전 세계에서 갖가지 언어로 욕 먹고 있는데…기왕 욕 먹을 거 확실하게 많이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요.”
배우 임시완(38)이 ‘오징어 게임’ 시즌3(감독 황동혁, 이하 ‘오겜3’) 공개 후 쏟아진 반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작 ‘오겜3’에서 ‘반전의 최고 빌런’으로 활약한 것에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더) 욕을 정말 많이 먹고 있다. 글로벌하게”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극 중 참가 번호 333번, 코인(암호화폐) 투자 방송을 하다 잘못된 투자로 자신은 물론 구독자들까지 거액의 손해를 보게 만든 유튜버 명기 역을 맡았다. 또 다른 참가자 준희(조유리 분)의 전 연인으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준희와 함께 살아 나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점점 이성을 잃고 악인으로 변해간다.
임시완은 “많은 선배들로부터 캐릭터로 욕을 먹는 건 축복으로 여겨야 한다고 들어왔다. 그래서 기분 좋게 욕받이가 되보려는 요즘”이라며 “많은 분들이 ‘시즌2’의 빌런 타노스나 남규보다도 훨씬 나쁜 놈이라고 하더라. 현실적으로. 다양한 언어, 여러 종류의 욕을 (댓글로) 본 거 같다”고 재차 말했다.
“제일 악인이라는 평에 스스로도 동의하나?”라는 질문에는 “촬영 당시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찍을 땐 절대 악은 타노스, 남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의 디렉팅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솔직히 막바지까지도 고민이 컸다”면서 “스스로는 ‘최악의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감독님의 디렉팅을 간파해야 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데 결과값을 보니...”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제일 밉상을 맞겠다 싶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자신과의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에는 “너무 다르다. (명기는 나를) 비교하기조차 불쾌하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사실은 명기를 착한 혹은 나쁜 역할로 이분법적으로 이해하기보단 겁이 많고 찌질한 인물로 접근했어요. 스스로는 똑똑하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허세만 가득한 겁쟁이, 찌질이기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당위성이 생긴다고 생각했죠. 잔꾀과 많고 그것이 나쁜 결과를 초래했지만, 적어도 준희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고 생각했고요. 굳이 명기와의 접점을 찾아보면 제 안에도 겁이 많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찍는 내내 선악의 영역에서 탐구하고 고뇌했다. 악인의 모습을 표현할 때마다 감독님과 이견이 생기곤 했는데 작품 전체를 보고 나니 이제야 감독님의 뜻을, 그 세계관을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그 불안감이 혹시나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줄까봐, 저의 혼란이 연기에 고스란히 묻어날까봐 ‘시즌3’가 공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스스로 그만큼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더려웠으니까요. ‘시즌2’에서 조금이라도 명기를 응원했던 분들은 굉장한 배신감을 느끼시겠단 생각도 했죠. 제가 ‘시즌3’ 공개가 되지 않길 바란 유일한 출연자가 아니었을까 싶어요.(웃음)”
가장 고심했던 장면은 엔딩 직전 이정재와의 극한의 대립 신이다. 자신의 아이이자 아내를 끝까지 지키려고 한 전 우승자 기훈과의 갈등이 극에 달해, 아내까지 의심하게 되는 신이다.
임시완은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극한에 달았던 상황이었다”며 “모든 어려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왔던 명기에게 받아들일수도, 피할수도, 선택의 여지도 없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 그야말로 극한의 상황이지 않나.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정말 어려웠고, 고민이 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명기 외 욕심났던 캐릭터로는 고민없이 박성훈이 연기한 ‘현주’를 꼽았다. “정의롭고, 멋있고, 호감이잖아요. 보는 내내 응원하게 되고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웃음)”

지난달 27일 공개된 작품은 공개 하루 만에 전세계 1위에 작품은 연일 기록 갱신 중이다. 이날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징어게임3’는 공개 3일 만에 6010만(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 시간을 기록,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 넷플릭스 TOP 10을 집계하는 93개 모든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첫 주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의 첫 작품이 됐을 뿐만 아니라 시즌1, 2, 3가 모두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비영어) 부문 10위권 내 이름을 올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덩달아 임시완의 과거 영상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가 ‘제국의아이들’ 활동 시절 치마를 입고 걸그룹 노래에 맞춰 무대를 선보이는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해외 팬들에겐 ‘다크웹에서 발견된 333번(극 중 임시완이 연기한 명기의 게임 참가번호)의 과거’라는 제목으로 ‘밈’이 됐다.
임시완은 “또 새로운 국면이다. 굳이 그런 것들을 다크웹에서까지 볼 생각을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센스있게 운을 뗀 뒤 “이왕 찾아보실 거면 좀 정상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들도 있으니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연한 로맨스 드라마를 추천했다. 그는 “‘런온’ 같은 걸 봐주시면 좋겠다. 명기와는 다르게 정의로운 인물이기도 하고, 좀 중화가 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더불어 “(오겜 시리즈에 출연했다고 해서)배우 커리어에 있어 뭔가 확 바뀌겠단 생각은 없다. 가장 큰 변화는 정말 많은 욕을 먹고 있단 거다. (웃음) 진심으로 출연 자체가 영광이고 자랑스런 필모가 생겨 기쁘다”면서 “감사 또 감사할 따름”이라며 두 손 모아 인사했다.
마지막까지 재치 만점 어록을 남기기도. “이제 와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해서 변호가 되진 않겠지만, 명기는 일찍 죽었어야 했어요. 오랫동안 살아남고 필요없고, 준희를 위해서 희생을 했었어야 해요! 그랬다면 욕도 좀 덜 먹었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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