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성철(34)이 킬러로 돌아왔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지난 2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무서운 이야기’, ‘간신’, ‘허스토리’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혜영은 킬러 조각을, 김성철은 킬러 투우 역을 맡았다.
김성철은 “이혜영 선배와 함께라니 신선한 조합이지 않나. 그건 이혜영 선배를 존경하는 것도 있지만 60대 킬러, 30대 킬러가 만났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혜영 선배가 조각이라니 ‘수학의 정석’ 같은 느낌이더라. 그래서 재미있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파과’ 출연 이유를 밝혔다.
원작 소설을 읽어봤느냐는 질문에 “시나리오를 보고 원작 소설을 봤다. 각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설에서는 투우가 그렇게 자세히 그려있지 않다. 그래서 제 나름의 해석과 상상, 그리고 시나리오 적힌 것들을 섞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영화 촬영할 때 시나리오 수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처음과 끝을 아니까 캐릭터를 만드는데 용이했다”고 말했다.
김성철은 자신이 연기한 투우에 대해 “투우는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 영화에서 많은 단서를 주긴 하지만, 누군가의 케어를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조각이 와서 나를 챙겨주고 조각이 하는 말이 컸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각과 투우가 대면할 때 진실로 대응할지, 거짓으로 대응할지 고민했다. 치기 어리게 행동하는 모든 것이 날 좀 알아봐달라는 게 베이스다. 사실 처음부터 너무 보고 싶다고 하면 끝인데, 거짓말로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고, ‘파과’의 묘미는 진실이 파헤쳐지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관객이 ‘쟤는 왜 저래’ 싶게 표현하고 싶었고, 분노와 그리움 사이에서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대립각을 펼친 이혜영과 호흡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성철은 이혜영과 호흡에 대해 “촬영 2, 3회차에 확신이 생겼다. 저는 선생님이 조각으로 분한 걸 봤고,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좋을 것 같았다.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겠다 싶더라. 이런 프로젝트가 또 만들어지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제가 같이 작업한 선생님들도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선생님이 촬영하는 걸 보면서 느낌이 좋았다. 어떤 작품이든 잘됐으면 하지만, 이번 작품은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나이 차가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작품 속에 세대는 존재하지 않다. 선배와 저의 인간 세대는 같지 않지만, 조각과 투우의 세계는 같다고 생각한다. 촬영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대기할 때는 선배의 배우 생활을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런 걸 묻고 들을 때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김성철은 “저희가 평소 볼 때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인데, 실제로는 더 밝다. 제가 현장에 갈 때도 우리 아름다운 성철이 왔냐고 해줘서 편하고 좋았다. 정말 소녀 같은 분이라 재미있게 찍었다. 엄청 선배님과 작업한 느낌은 아니었다”며 “예전부터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면도 중요하지만, 외면으로도 시니어 모델처럼 정말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니까. 나의 롤모델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멋있게 나이 들고 싶었다”며 존경을 표했다.

김성철은 ‘파과’에서 소화한 액션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투우가 나오는 액션이 롱테이크라 50초, 1분 정도다. 그래서 찍는 건 오래 걸렸다. 제가 열이 많고 땀이 많은데 조각 구하러 가는 장면이 정말 힘들더라”면서도 “저는 몸 쓰는 걸 좋아하는데 제가 달리기도 빠르고 동작도 빠르다. 선생님은 그동안 액션하고 그렇게 가깝지 않으니까 템포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선생님 체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찍으니까 케어하며 찍었다. 마지막 액션을 일주일 정도 찍었는데, 액션 합보다는 감정을 더 중요시하려고 했다. 배우를 하면서 꽤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혜영과 액션에 대해 “이혜영 선배가 액션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원래 액션이 힘든데, 선배는 조각을 하면서 식사도 거른 적도 많고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 저희는 그런 걸 옆에서 다 봤으니까”라며 “액션은 실제로 해보면 영상과 너무 다르다. 그래서 얼마나 영상에 잘 담기느냐가 중요하다. 선배가 제게 너무 힘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 저는 열심히 유연하게 맞추고 있었는데, 더 살살 해달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손목 잡는 것도 감정이 들어가면 더 힘이 들어가지 않나. 촬영은 잘 나와야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잡아버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성철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 이어 ‘파과’까지 센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했다.
그는 “‘지옥2’ 때 남은 있으니까 이것과 비슷한 걸 찍고 싶더라. 그래서 ‘노 웨이 아웃’ 과 그사이에 ‘파과’도 출연 결정을 했다. 뭔가 결들이 비슷하더라. 다른 점도 있지만, 지금 이 시기에 만날 수 있는 캐릭터를 이 템포로 가져갈 수 있으면 괜찮은 게 나올 것 같더라. 연이어 딥한 걸 하니까 이제는 선하고 러블리한 역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캐릭터들은 결핍이 커서 내가 표현할 에너지가 그만큼 커서 좋다. 제 들끓는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어서 이 일이 좋다. 그래서 무대도 좋아한다. 이런 캐릭터는 많이 없어서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더라. 이제 다 방출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제 개인 필모그래피도 중요하지만, 작품의 성패도 중요해졌다. 그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에 만족했는데, 이제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저도 잘 해내야 하고, 제가 잘 해냈을 때 관객이 많이 찾아주면 행복하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