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짓겠다고 하면서 원전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원전 건설 못지않게 원전 산업에서 각광받고 있는 ‘블루오션’이 있다. 바로 더 이상 가동이 어려운 노후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원전해체 분야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세계 영구정지 원전은 200기를 넘어섰다. 이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21기로 10%에 불과하다. 실제로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에 따르면 2145년까지 전세계 원전해체 시장 규모는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원전수출과 함께 ‘투트랙’ 차원에서 원전해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원전해체 산업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게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에 유럽시장 주도권을 뺏긴 한수원 입장에서는 또다른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한수원도 본격적으로 원전해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내년 미국 원전해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한수원이 원전해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트랙 레코드’가 필수적이다. 한수원은 아직까지 오롯이 원전을 해체해본 경험이 전무하다. 이에 반해 현재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원전 해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상업용 원전인 하마오카 원전 2호기 해체를 시작했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이 한수원의 성공을 가늠할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1차 계통 해체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터빈 발전기 관련 기기인 2차 계통보다 원자로 등 1차 계통 해체 시장이 부가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결국 고리 1호기 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잘 처리해 핵심 구조물을 해체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한수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들이 고리 1호기 해체와 관련해 빈틈없는 준비를 이어가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건식저장시설 구축 등 당면한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해체 과정에서 철저한 점검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제대로 된 경험을 쌓는다면 한국이 원전수출과 원전해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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