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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조선 투자땐 금산분리 예외 가능성

李, 금산분리 완화 검토 시사
기업형 벤처캐피털 'CVC'
금융자본 참여 길 터줄듯
대통령실 "사회적 논의 필요"

  • 오수현/김정환
  • 기사입력:2025.10.02 00:02:55
  • 최종수정:2025.10.02 00: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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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조선 등 국가전략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투자를 돕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1일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이 대통령의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접견 후 결과 브리핑에서 "삼성과 SK 등 국내 관련 기업이 반도체 공장 등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나라가 명운을 거는 전략 산업에 있어서는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춰 (규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며 "우리에겐 반도체, 조선 등이 전략 영역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규제를 말한다. 제조업,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집단이 은행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거나, 금융회사가 일반 산업기업 등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자사에만 유리하게 대출을 제공할 위험이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금산분리 규제로 신산업 분야에 투자 장벽이 생기고 있다며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2021년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소속 CVC는 100% 자회사 형태로만 둘 수 있고, 투자금을 조성할 때도 외부 자금은 40%까지만 허용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금산분리 완화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김 실장은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지 않는 범위에서, 또 다른 영역으로 규제 완화가 번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다수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출자 제한(5%)을 15%로 완화하거나 핀테크 자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CVC 자회사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자금 조달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계류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또 다른 규제 한 축인 자본 규제는 이미 금융위원회가 완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AI·반도체·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기업 출자분에 대해 금융사에 깐깐하게 적용했던 투자 위험도를 낮춰 자금이 공급되도록 물꼬를 튼다.

[오수현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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