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는 한국 최초의 AI 영상 프로덕션입니다. 100% AI로 제작한 올해 세계지식포럼 개막식 영상도 저희 작품이에요."(구도형 스튜디오프리윌루전 부대표)
이달 9~11일 서울 신라호텔과 장충아레나에서 개최된 '2025 세계지식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린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닥터로빈에서 포럼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협업을 모색하는 행사가 열렸다. 세계지식포럼 랩업 세션인 '2025년의 AI 응용: 창의성, 상업, 자본의 교차점'이다.
이 세션은 AI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커머스를 실제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창작 도구부터 AI 등장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그리고 이러한 전환점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투자자들이 어떻게 살펴보고 있는지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주제에 걸맞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 연사로 등장했다. 이들은 앞선 세계지식포럼 세션 '창의적 지능: AI는 어떻게 문화와 미디어를 재구성하고 있나'에서 연사로 나선 바 있다.
첫 연사는 픽퍼드AI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피롱이었다. 2024년 설립된 픽퍼드AI는 대화형 AI 스토리텔링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관객이 AI와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예를 들어 이 회사의 '위스퍼스(Whispers)'라는 콘텐츠는 AI 기반 인터랙티브 스릴러를 표방한다. 관객들은 AI와 실시간으로 협력하고 경쟁하고 전략을 짜며 살인범을 찾아낸다. 관객은 등장인물들의 귀에 속삭이며 이야기 전반에 걸쳐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이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피롱 CEO는 "픽퍼드의 AI 내러티브 엔진은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구현한다"며 "관객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관객에게 놀라움과 서스펜스를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위스퍼스는 에미상 수상 감독인 버니 수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맡았다.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피롱 CEO에 뒤이어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30인에 꼽힌 인물이 연사로 등장했다. 히그스필드AI의 창업자 겸 CEO인 알렉스 마시라보프로, 기술 분야의 기업가이자 AI 전문가다. 그가 창업한 컴퓨터 비전 스타트업 'AI 팩토리'는 2020년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인 스냅에 1억6600만달러(약 2287억원)에 팔린 바 있다.
마시라보프 CEO는 "히그스필드AI는 SNS에서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기반 비디오 모델 기업"이라며 "개인화된 스토리텔링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쉽게 말해 아이디어만 있다면 영상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AI다. 사용자가 자세한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대신 원하는 영상 방향을 선택하면 알아서 영상을 만들어준다.
출시 5개월 만에 사용자 1100만명을 확보한 이유다. SNS에서 히그스필드AI 영상은 누적 12억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히그스필드AI는 SNS과 유튜브 등에서 화제인 K팝 아티스트 '키온(KION)'도 탄생시켰다. 세계 최초의 AI K팝 아티스트다.
마시라보프 CEO는 "수십 년 동안 영상 제작의 창의성은 제한적이었다"며 "제작자들은 속도, 경제성에 좌지우지돼 왔는데 히그스필드AI는 이를 타파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 데빈 만쿠소 캐릭터AI 프로덕트 및 디자인 총괄과 아리에 피셔 스트랫마인즈 파트너 등도 연사로 나섰다. 만쿠소 총괄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AI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인 캐릭터AI 개발에 기여했다. 피셔 파트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쇼피파이에서 팀을 이끌며 사업 전략을 담당한 인물이다.
국내 AI 창업자, 투자자, 리더들과의 네트워킹 자리도 마련됐다. CJ와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AI 영화를 준비 중인 스튜디오프리윌루전의 구도형 부대표를 비롯해 권희주 사람엔터테인먼트 어시스턴트, 도현순 K옥션 대표, 이장원 콘텐츠테크놀로지스 대표, 이재신 SK텔레콤 AI성장전략본부장, 이채윤 CJ미래경영연구원 과장,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를 주최한 미국 벤처캐피털(VC) 스트랫마인즈의 리처드 장 대표는 "차세대 문화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AI 창업자, 투자자, 리더들을 위한 만남의 장으로 기획했다"면서 "세계지식포럼이 한국과 미국 AI 혁신가들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AI가 문화 및 미디어 업계를 바꿔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I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문화 및 미디어 콘텐츠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우리가 문화를 만들고 나누고 즐기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창의적인 힘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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