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 장기이식센터에
20대 초부터 말기신부전
첫번째 이식은 거부반응
4월 재이식후 건강 유지
“두 번의 기회는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제 인생에 또 다른 꽃이 폈습니다.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을 선물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두 번째 신장이식을 받고 새 삶을 시작한 50대 여성 경 모씨(가명)가 장기이식센터에 보낸 감사 편지다.

경 씨는 20대 초반 말기 신부전을 진단받은 이후 오랜 시간 혈액투석을 받으며 버텨왔다. 1999년 첫 번째 신장이식 수술을 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기대했지만, 이식 7년만에 거부반응이 나타나 다시 투석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수년간 투석에 의존해온 그는 최근 뇌사자의 소중한 기증을 통해 두 번째 신장이식을 받았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후 경씨는 “또 한 번의 기회는 없을 줄 알았다”며 “장기기증이라는 귀한 결정을 해주신 분과 가족,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두번째 이식까지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첫번째 이식 이후 체내에 ‘항이식 항체’가 형성되는 고도 감작 상태가 되면서 경씨는 재이식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고도 감작이란 수혈이나 임신, 이식 수술 등을 계기로 신체가 외부 장기에 대한 강한 면역 반응을 갖게 되는 상태로, 이식 가능한 장기를 만나더라도 거부반응 위험이 높아 수술을 진행하기 어렵다. 실제로 경 씨는 이식 대기 순번이 돌아왔음에도 급성 거부반응 가능성 때문에 무려 7차례나 수술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
이식 3개월째 안정적으로 유지

이후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우울증을 겪으며 수 차례 포기를 고민했다. 하지만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뜨개질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 조카들을 위한 모자와 장갑, 어머니 생신선물로 드릴 식탁보까지 정성껏 만든 작품들을 주변에 나누며 힘든 투석 치료의 시간을 버텨냈다.
의료진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항체에 대한 정밀 분석과 면밀한 대비를 바탕으로 “좋은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며 경씨를 격려했다.
마침내 올해 4월 경씨는 유전자형이 비교적 일치하는 뇌사자 기증자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 항체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를 토대로 이식 전 항체 주사 등 거부반응 예방 치료를 받았다.
경 씨는 수술 후 2주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현재 3개월째 거부반응이나 합병증 없이 이식 신장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장기간 환자를 주기적으로 진료하며 힘을 북돋아온 정병하 신장내과 교수는 “투석기간이 길어질수록 혈관 석회화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해 이식 기회가 와도 건강 문제로 수술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경씨는 철저한 식이 조절과 자기관리를 통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새로운 생명을 선물해주신 뇌사자와 유가족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지금도 힘든 치료를 견디면서 이식 차례를 기다리는 많은 환자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