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는 인구가 14억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지만 게임산업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PC나 콘솔 이용이 많지 않아 대부분 게이머들은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시장 매출 규모도 아직 한국보다 작다. 인도 게임 플랫폼 윈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의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는 약 37억달러(5조원)로 한국(74억달러) 대비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이 2021년 인도에 특화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를 출시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데는 인도의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손 대표는 "인도는 성장이 정체된 한국이나 중국, 미국과 달리 매년 15~20%나 커지는 시장"이라며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승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게임시장도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BGMI 출시 이전에 크래프톤은 텐센트와 협력해 2018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인도에 먼저 선보였다.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 여파로 텐센트가 참여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도에서 금지되자 크래프톤은 자체 개발한 BGMI를 들고 2021년 다시 인도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는 인도인 2억명 이상이 즐기는 인도 대표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크래프톤의 고민은 '넥스트 배틀그라운드'를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에 약 2억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3월에는 인도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게임을 개발하는 노틸러스 모바일을 약 203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노틸러스 모바일이 개발한 '리얼 크리켓'은 이용자 규모가 BGMI 대비 20~25% 수준으로 시장이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스포츠 게임이 사용자 확장에 유리한 장르라고 판단했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BGMI만큼 성공하는 게임을 다시 발굴하고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며 "BGMI의 20·30%만큼이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인도 사용자들은 유료 결제 등에 처음부터 적극적이지 않지만 한번 자리 잡으면 오래 이용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게임사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인도 핀테크 기업인 캐시프리 페이먼츠에도 출자했으며 지난달에는 한국의 '당근' 같은 인도의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 '슈루'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손 대표는 "게임 외에 게임 관련 분야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에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지 생태계와 동반성장하려는 기조를 이어가면서 내재화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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