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메타가 스케일AI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는 최대 1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거래 조건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투자가 성사된다면 이는 민간 기업에 대한 메타의 역대 최대 투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7년생으로 올해 28세인 왕 CEO는 뉴멕시코주에서 중국계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 코딩에 두각을 보이면서 전형적인 천재의 길을 걸었고, 10대 때 지식 문답 사이트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쿼라(Quora)'에서 일했다. 2015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입학했지만 1년 만에 중퇴하고 2016년 19세의 나이에 스케일AI를 창업했다.
왕 CEO는 당시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대표를 맡고 있던 실리콘밸리 최대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회사)인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는 동남아시아 등 저개발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데이터에 맞는 레이블링 작업을 맡기고 이를 AI 학습 기업에 판매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오픈AI가 본격적으로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면서 스케일AI는 성장의 기회를 잡았다. 오픈AI가 필요한 데이터를 레이블링하는 작업을 스케일AI가 도맡았기 때문이다. 24세 때인 2021년 스케일AI의 기업가치는 73억달러로 평가받았고, 지분 15%를 보유한 왕 CEO는 최연소 억만장자가 됐다. 2022년 챗GPT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스케일AI에는 더 많은 기회가 열렸고, AI 모델 라마를 연구하는 메타도 스케일AI의 고객이 됐다.
스케일AI는 사람의 힘으로 데이터를 하나하나 분류하는 것을 넘어 현재는 '스케일 데이터 엔진'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사람의 개입 없이도 데이터 학습을 시스템 자체가 강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데이터를 AI 학습에 쓸 수 있게 큐레이션하거나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도 스케일AI의 주 업무다. 단순히 인간의 수작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AI로 다시 평가해 피드백을 주면서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메타가 스케일AI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데이터의 중요성 때문이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점차 부족해지면서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AI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왕 CEO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AI 모델을 키우는 데 있어 연산 능력보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특히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AI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는 메타와 스케일AI가 특히 방위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스케일AI는 이미 국방용 AI 개발을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왕 CEO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막강한 네트워크다. 그는 와이콤비네이터 사장을 역임했던 올트먼 CEO와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올트먼 CEO와 김범석 쿠팡 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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