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3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타고 한국 콘텐츠가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 회원은 한국에 방문하고 싶어하는 비율이 비회원 대비 2배 가까이 높을 정도로 한국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아시아 콘텐츠 발굴을 이끌고 있는 김민영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총괄은 지난 5일 서강대 강연을 통해 한국 콘텐츠와 넷플릭스의 이 같은 시너지를 설명했다.
김 총괄은 "한국 콘텐츠의 장점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이라며 "한국은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세련되게 스토리에 녹여내는 것이 뛰어나다. 이러한 이야기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은 넷플릭스의 한국 사무실이 생기기 이전인 2016년 넷플릭스의 첫 아시아 콘텐츠 담당으로 입사한 인물이다.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부터 넷플릭스 역대 최대 성공작인 '오징어게임'까지 굵직한 한국 콘텐츠 대부분은 김 총괄이 발굴한 작품이다.
김 총괄은 '훌륭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만들어지고, 어디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신념을 소개하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한국의 이러한 작품들을 전 세계로 실어나르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이달 시즌3 공개를 앞둔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 총괄은 "나도 오징어게임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게 될지 몰랐다"며 "너무 훌륭한 드라마지만, 그동안 성공했던 한류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 않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뛰어난 이야기와 캐릭터, 감정선이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어떠한 로컬 콘텐츠를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하고 투자하는 것일까. 김 총괄은 "대본과 스토리가 좋다는 전제 아래 제작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예상 시청자 규모"라며 "시청자 규모에 따라 우리가 어느 정도 투자할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때로는 예상 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인간만이 가진 '감'과 인사이트, 리스크 테이킹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작품들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넷플릭스와 한국 간 파트너십도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네이버와 멤버십 제휴 협력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최근 미국에서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회동하며 추가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 제주도를 배경으로 했던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큰 인기를 끌면서 넷플릭스는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주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환경을 담은 콘텐츠 제작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2021년부터 김 총괄은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전체의 콘텐츠 총괄을 맡고 있다. 넷플릭스를 이끄는 전 세계 21명의 임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태국, 대만 등의 콘텐츠 발굴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수급까지 시청자들이 넷플릭스에서 만나는 아시아 콘텐츠는 대부분 김 총괄의 손을 거친다. 김 총괄은 "각 국가의 창작 환경과 현지 창작자가 그리는 비전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호준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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