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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나라 지킨다 … 50만명 키우자

새 정부 정책 제언 / 신성철 전 KAIST 총장
최고 대우로 자존감·명예 줘야
정권 초월하는 장기정책 필요
前정부 R&D예산 삭감 큰 실책
먹거리발굴·과기협력은 계승

  • 최원석
  • 기사입력:2025.06.03 20:29:29
  • 최종수정:2025.06.03 20: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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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전 KAIST 총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잘못된 과학 정책은 국가를 10년씩 후퇴시킨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신성철 전 KAIST 총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잘못된 과학 정책은 국가를 10년씩 후퇴시킨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신성철 전 KAIST 총장이 4일 출범하는 새 정부를 향해 "정말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며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표했다. 지금 한국은 삼중고에 빠져 있다. 연구개발(R&D)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이공계 인재는 해외나 의대로 빠지고 있으며,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해 과학기술 외교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신 전 총장은 지금 상황을 타개할 혜안을 제시했다. 그는 과학기술 연구와 교육현장, 과학기술 외교 정책까지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KAIST 총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협력대사를 지냈다.

잘나가던 한국 과학기술은 어쩌다 위기를 맞았을까. 신 전 총장은 "과학기술 정책을 정권 입맛대로 바꾸는 정치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 5년은 과학기술 분야 성과가 나오기에는 짧은 시간"이라며 "정권을 초월해 집행되는 장기 공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정치 체제는 다르지만 장기적인 과학기술 정책을 편다는 점에서 같다"고 말했다. 미국도 정치 공방이 심하지만, 과학기술 앞에서는 여야가 없다. 중국은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정치 지도자가 대체로 이공계 출신이고, 과학기술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다.

신 전 총장은 "새 정부도 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무조건 뒤엎지 말고, 꼼꼼하게 검토해 잘한 것은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입맛에 맞는 조언만 들었고 R&D 예산 삭감 등 과오가 분명하다. 대부분의 성실한 과학자를 모욕했다"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정부에 대해 12대 전략기술, 3대 게임체인저 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선 점, 글로벌 협력 중요성을 인식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고이거나 최초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세계 과학에 기여하려면 협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11월까지 과학기술협력대사를 지낸 신 전 총장은 "새 정부는 과학기술 외교와 협력을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콘텐츠'다. 그는 "협력을 위한 협력을 하면 돈만 쓰게 된다"며 "어떤 분야에서 무엇을 협력하고 싶은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분석한 후에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과학기술 외교의 큰 틀을 만드는 것도 새 정부 과제다. 이에 신 전 총장은 '글로벌 연구 협력 지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미국 중심으로 과학기술 외교를 펼쳐왔다"며 "기초과학이 강한 유럽과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선진국은 한국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개발도상국은 롤모델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 특징을 잘 살린다면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인재 역시 새 정부가 떠안은 막중한 과제다. 신 전 총장은 "오늘날 나라를 지키는 건 과학자"라며 "50만명의 과학기술 용사가 있으면 한국에도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미영 막스플랑크연구소 단장 이야기를 했다. KAIST 교수였던 차 단장은 지난해 한국인 최초 막스플랑크연구소 단장직에 올랐다. 신 전 총장은 "과학자가 자존감과 명예를 갖도록 파격적인 처우와 보상을 해야 한다"며 "우리도 뛰어난 연구자가 놀랄 정도의 제안을 해야 인재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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