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바닥 농포증 의심해야
남성보다 여성에 주로 발견

“희귀질환임에도 단순 습진으로 오해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혹시 손과 발바닥에 고름 물집, 즉 ‘농포’가 반복적으로 생긴다면 꼭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박은주 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손발바닥 농포증의 증상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물집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2~4㎜ 크기의 농포로 바뀌고, 이후 탈락되면서 피부가 벗겨지고 갈라지는 과정이 반복된다”며 “피부가 약해진 상태에서 재발을 거듭하다 보니 농포 범위가 점차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완치되긴 어렵지만 질환을 장기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발바닥 농포증의 주요 증상은 심한 통증이다. 박 교수는 “전염성은 없지만 우리가 매일 자주 사용하는 부위에 병변이 생기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굉장히 불편해진다”며 “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피부가 한 꺼풀 벗겨진 상태에서 걸어다니는 게 고통스러워서 외출조차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손바닥 농포의 경우 다른 사람과 악수하거나 뭔가를 잡는 일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발바닥 농포증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선 다양한 면역학적 기전이 관여돼 있다고 보고 있다. 박 교수는 “건선과 유사한 기전도 일부 존재하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흡연이 매우 중요한 악화 요인이라는 점”이라며 “편도염에 걸린 후에도 증상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손발바닥 농포증 유병률은 약 0.05%로 추산된다. 인구 수로 환산하면 2만5000명 정도다. 주로 40~60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박 교수는 “본인이 환자임에도 환자인지 모른 채 지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손발바닥 농포증은 단순 습진이나 진균 감염 등과 달리 반복적으로 심한 농포와 통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발바닥 농포증의 중증도는 병변이 어느 정도까지 퍼졌는지, 농포의 개수는 얼마나 많은지 등에 달렸다. 박 교수는 “홍반, 인설, 농포의 정도와 면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0~72점 범위 내에서 손발바닥 중증도 지수(PPPASI)를 산정한다”며 “PPPASI 점수와 약물 복용 이력 등을 종합해 중증도를 분류한다”고 말했다.
경증환자의 경우 바르는 스테로이드나 비타민D 제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사이클로스포린이나 메토트렉사트와 같은 면역억제제, 레티노이드 비타민A 유도체, 광선치료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박 교수는 “면역억제제는 백혈구 수치 감소로 인한 감염질환, 간·신장 기능 이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며 “레티노이드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손발바닥이 갈라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치료에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이상반응이 심한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제로 허가받은 생물학적 제제는 구셀쿠맙과 리산키주맙이 있다. 모두 인터루킨-23이라는 사이토카인(염증 유발 물질)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박 교수는 “한 환자는 요리사였는데 손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직업을 바꾸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며 “다행인 점은 여러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손발바닥 농포증이 국가관리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서 환자들이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약제비의 1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다만 6개월 이상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한 이력 등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다만 현재 산정특례가 적용된 치료제는 구셀쿠맙 한 가지로, 환자들의 선택지를 보장하기 위해선 급여 적용을 받는 약제 선택지의 확장이 필요하다”며 “비급여로 리산키주맙을 사용할 수 있긴 하나 워낙 고가라 현실적으로 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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