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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고생하는 우리 엄마 호르몬 보충요법 받게 할까

에스트로겐 줄어드는 게 원인
갱년기 증상 무려 200개 달해
약물·주사·패치 등으로 주입
안면홍조 석달이면 증상 개선
유방암·뇌졸중 걸린적 있다면
호르몬 보충요법 받을수 없어

  • 이병문
  • 기사입력:2025.05.13 16:06:49
  • 최종수정:2025.05.13 16: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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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여성건강의 날'(10일)이 끼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중년 여성의 건강과 함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 중 하나는 갱년기 증상이다.

갱년기는 폐경 전후 대략 45~55세 여성에게 찾아온다. 증상은 약 200종류로 핫 플래시(hot flash)라는 안면홍조, 화끈거림, 열감을 비롯해 어깨 결림·요통·관절통, 숨이 차고 두근거림, 침울함, 무기력, 짜증·분노, 불면증 등 다양하다. 증상이 괴롭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 '갱년기 장애'라고 한다.

갱년기 증상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이 관여한다. 에스트로겐에는 기억력과 집중력을 유지하고 기분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뼈와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여성의 에스트로겐 분비량은 일반적으로 20·30대 정점을 찍은 후 40대 후반부터 줄기 시작해 50대 초반까지 급격히 감소하고 60대 이후에는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갱년기가 되면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줄어 뇌가 난소에 '더 많은 에스트로겐을 내놓으라'고 지시한다. 그러면 난소가 에스트로겐을 과다 분비하거나 분비를 하려고 해도 못 하는 등 '에스트로겐 양'이 오락가락하면서 점차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자율신경 기능이 흐트러지고 다양한 심신 부진(갱년기 증상)이 야기된다.

폐경이 되고 몇 년 지나면 안정을 되찾고 갱년기의 불쾌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이 나오지 않게 되면서 골다공증,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 등의 발병 위험이 올라간다.

갱년기 증상에는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운동, 질 좋은 수면 등이 중요하다. 이동희 우아한여성의원 원장(성균관대 의대 외래교수·산부인과 전문의)은 "식사는 골고루 먹는 것이 기본이며, 특히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이소플라본'을 섭취하는 게 좋다"면서 "이소플라본은 두부와 낫토, 두유, 콩가루, 된장 등의 콩 제품에 많이 포함돼 있고 운동은 갱년기로 인한 우울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갱년기 장애 치료는 약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상담과 생활습관 개선, 영양제 복용)과 약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약은 주로 호르몬 보충 요법이다. 필요에 따라 한약, 수면제나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호르몬 요법은 부족한 에스트로겐을 소량 보충해주는 것으로 약물, 주사, 패치요법 등 3가지 유형이 있다. 약물 요법은 주로 한 달 동안 복용하고, 주사 요법은 주사기로 체내에 에스트로겐을 주입한다. 패치 요법은 붙이고 발라 약이 피부에서 흡수돼 혈관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간과 위에 부담이 없고 부작용이 작다.

붙이는 약은 아랫배나 엉덩이 등에 붙여서 사용하고, 바르는 약은 젤 형태로 보송보송한 감촉으로 입욕 후 팔과 다리에 바른다.

호르몬 보충제(약)는 매우 드물게 혈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에스트로겐 제제만 사용하면 자궁내막이 증식해 자궁체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에스트로겐 제제와 함께 또 하나의 여성호르몬인 '황체 호르몬 제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황체호르몬에는 내막 증식을 막는 기능이 있어 자궁체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호르몬 요법과 관련해 이전에 유방암 위험이 우려된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만이나 알코올 섭취와 같은 정도이거나 그 보다 낮은 위험이라고 밝혀졌다. 유방암 위험을 거의 올리지 않는 호르몬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원장은 "호르몬 보충 요법을 실시하면 많은 증상이 개선된다. 특히 핫 플래시가 개선되는 사람이 많다. 증상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화끈거림, 발한, 냉증 등 자율신경 실조 증상은 약 2주 정도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3개월이면 대부분 증상이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호르몬 보충 요법은 유방암이나 뇌졸중, 심근경색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은 받을 수 없다. 또한 흡연자나 비만인은 원래 혈전증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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