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바닥은 일어설 때 전체 체중의 부하가 걸린다. 걷거나 달리기를 하면 착지 충격으로 부하가 더욱 가중된다. 발바닥 뼈에는 인대 모양의 결합조직이 붙어 있는데, 이게 바로 족저근막(足底筋膜) 또는 족저건막(足底腱膜)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뼈(종골)부터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발바닥 아치(arch)를 유지해 주는 단단한 섬유막으로, 몸을 지탱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장시간 서서 일하거나 걷기, 과도한 달리기를 반복하면 족저근막에 충격과 힘이 계속 가해져 염증과 미세한 파열이 일어나 강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족저근막염이라고 부른다. 족저근막염은 뼈와 건막의 부착 부위로, 부하가 집중되는 발뒤꿈치 부근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족저근막염은 보통 운동선수들에게서 많이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하이힐이나 굽이 너무 낮은 신발, 딱딱한 구두를 자주 신는 일반인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족저근막염 환자는 2022년 27만1850명으로 2012년 13만8583명 대비 10년간 약 2배나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균 발병 연령은 45세 내외,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잘 발생한다.
김민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족저근막염 증상은 서서히 발생하는데 아침에 일어난 직후 처음 몇 발자국 디딜 때 발뒤꿈치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다 점차 걸음을 걷다 보면 통증이 줄어드는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족저근막염은 잠시 걸으면 유연성을 되찾고 통증이 줄어든다. 증상이 일단 가라앉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기 쉽지만 방치하면 점차 염증이 악화되어 하루 종일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발뒤꿈치 통증이 모두 족저근막염이라고 할 수 없다. 발뒤꿈치 지방이 노화나 혹사에 의해서 변성해 탄력이 상실되어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족저근막염은 아킬레스건이나 종아리가 딱딱해 뒤로 당기는 힘이 너무 강해 그 스트레스가 족저근막에 전달되면 걸리기 쉽다. 기쿠치 마모루 일본 준텐도대 의학부 부속 준텐도의원 족부질환센터 객원교수는 "아킬레스건이나 종아리가 단단한 사람은 맞닿아 있는 발뒤꿈치 뼈와 족저근막이 줄다리기처럼 발뒤꿈치를 서로 당겨 족저근막염이 발병하기 쉽다"면서 "특히 장시간 서 있거나 과도한 운동으로 발에 부담이 가중된 경우, 몸무게가 늘었거나 오목발 또는 평발일 경우 족저근막염에 더 쉽게 노출된다"고 밝혔다.
평발은 발바닥에 유달리 굴곡이 없고 평평한 형태를 가진 발을 의미한다. 의학용어로는 편평족 또는 편평발이라고 부른다. 평발은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후천적인 평발 원인은 바닥이 딱딱한 신발을 오래 신거나, 딱딱한 바닥을 맨발로 밟으며 생활하거나, 체중이 늘어나 아치를 과도하게 누르는 경우 등 다양하다.
과체중 역시 평발의 한 원인이다. 바닥이 푹신하지 않고 아치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구두나 하이힐, 플랫슈즈, 워커 등을 오래 신으면 잦은 충격과 압박으로 평발이 되기 쉽다.
족저근막염의 진단은 초음파 검사로 가능하다. 근막이 파열되면 그 부위가 부어올라 두께가 두꺼워진다.
치료는 환자 90% 이상이 보존적 치료로 회복된다. 수술적 치료는 거의 필요 없다. 먼저 수면 중에 족저근막을 이완해주고 증상을 완화하는 보조기 착용이 권장된다. 김민욱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보조기를 착용한 지 1주일 정도 지나면 증상이 줄어든다. 2~3개월은 꾸준히 착용해야 완치할 수 있다. 또 약물치료(소염진통제)를 할 때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을 유연하게 해주는 스트레칭을 함께 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칭은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발에 맞는 신발을 신거나 발뒤꿈치 부분에만 깔창을 넣는 것도 좋다. 샌들이나 납작한 신발을 피하고 발을 단단히 감싸는 발뒤꿈치 쿠션이 좋은 신발이 권장된다. 발뒤축의 바깥쪽이 먼저 닳기 시작한 구두를 신고 있다면 구두 뒷굽을 새로 교체해주는 것만으로도 족저근막염 통증이 호전될 수 있다. 달릴 때도 미리 스트레칭을 하고 서서히 거리를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 갑자기 무리하게 달리기를 하면 안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무리한 보행이나 달리기를 삼가야 한다는 얘기다.
족저건막염으로 진단돼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스테로이드 주사나 체외충격파 치료(ESWT)를 고려해야 한다. 다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는 족저근막의 파열을 더 악화시키거나 발바닥 뒤꿈치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지방 패드를 녹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기기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세포막에 물리적 변화를 유발해, 새로운 혈관을 생성해 석회화를 재흡수시키고 혈액 공급을 증가시켜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원리다. 따뜻한 족욕은 혈액순환을 도와 족저근막염 예방과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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