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혈류 막히면 질병 도미노 … '내 핏줄'부터 챙겨라

100세 시대 혈관이 열쇠
혈관 노화땐 산소·영양분 공급안돼
노폐물 회수도 어려워져 질병 야기
혈관 나이 측정하고 생활습관 개선
당뇨 걸리지않게 평소 꾸준히 운동

  • 이병문
  • 기사입력:2025.05.13 16:03:38
  • 최종수정:2025.05.13 16:03:38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정의 달' 5월에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은 '건강'이다. 온 가족 건강이 행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건강의 요체는 '혈관'이다. 우리 몸의 혈관을 모두 연결하면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하는 약 10만㎞에 달한다. 그러나 혈관은 나이가 들면 노화되고 퇴화해 탄력을 잃고 조금씩 단단해진다. 혈관이 퇴화해 그 기능이 떨어지면 온몸에 깨끗한 산소와 풍부한 영양분이 골고루 공급되지 않고 노폐물 회수가 막혀 몸 전체가 잘 작동되지 않게 된다. 혈류가 떨어져 혈관에 플라크(죽종)가 생기면 뇌졸중·심근경색뿐만 아니라 신장병·치매 등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악화되는 '노화 도미노(Aging dominoes)'에 노출될 수 있다. 이가세 미치야 일본 에히메대 항노화의학 강좌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인생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뇌·심장·폐·간·신장 등의 장기를 지탱하는 혈관을 젊게 유지하는 것이 절대 조건"이라며 "평소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흡연을 한다면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혈액 한바퀴 도는데 최소 30초

전신의 혈관은 동맥(動脈), 정맥(靜脈), 모세혈관(毛細血管) 등 3가지로 나뉜다. 혈관 그 자체는 외막, 중막, 내막 3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심장을 빠져나온 혈액은 먼저 굵은 동맥(대동맥)을 지나 온몸으로 전달된다. 혈액은 심장 펌프의 힘으로 힘차게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동맥에 강한 압력이 가해진다. 이 때문에 그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동맥 벽은 두껍고 탄력성이 있다. 정맥은 온몸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올 때 지나가는 혈관이다. 이들 동맥과 정맥 사이를 잇는 게 모세혈관이다.

모세혈관은 매우 가늘고 벽도 얇은 혈관으로 온몸을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있으며, 모든 장기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고, 되돌아오는 길에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하는 역할을 한다. 심장의 펌프 작용으로 뿜어 나온 혈액은 대·중·소동맥을 거쳐 세동맥까지 운반되고 모세혈관, 세정맥, 소·중·대정맥을 지나 심장으로 되돌아온다는 얘기다. 건강한 사람은 혈액이 몸 전체의 혈관을 한 바퀴 도는 데 30~50초가 걸린다.

혈관 노화를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맥이다. 동맥이 손상돼 탄력이 떨어진 상태를 동맥경화라고 부르며,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만성콩팥병과 같은 중증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다만 혈관 손상은 갑자기 너덜너덜해지는 것이 아니고 초기에 모세혈관에 변화가 나타난다. 혈관 퇴화는 모세혈관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굵은 동맥에서도 발생한다. 처음에는 미미한 변화지만 그 영향으로 차례차례 변화가 일어나면서 도미노처럼 크게 퍼져 나간다. 이른바 '노화 도미노'다.

혈관의 노화 도미노는 '1단계 모세혈관 변화→2단계 동맥경화→3단계 중요한 장기에 질병 발생→4단계 생명 위협 및 중증장애를 유발하는 질병 발생'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모세혈관 손상, 뇌세포까지 영향

혈관 노화는 가장 가는 모세혈관에서 시작된다. 모세혈관이 퇴화해 일부 세포에 혈액이 가지 않게 되면 몸의 여러 곳에서 산소와 영양이 부족하고 노폐물이 회수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피부의 신진대사가 느려져 피부 윤기가 사라지고 기미나 주름, 탈모 등이 생긴다. 손과 발이 찬 수족냉증이나 와병환자의 욕창도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나타난 증상이다. 면역기능 저하도 혈액이 말초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세포가 괴사하고 재생능력이 떨어져 발생한 것이다. 모세혈관 손상과 함께 동맥도 퇴화(동맥경화)되면 혈액검사에서 고혈압·고혈당·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한다.

모세혈관 손상은 뇌세포에도 영향을 준다. 이가세 미치야 교수는 "항노화 검진자 838명(평균 연령 65세)을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뇌 상태를 MRI 검사로 비교해보니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에서 백질병변이 약 2배나 많이 나타났다"며 "백질병변은 뇌의 모세혈관 혈류가 정체됐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이며, 뇌의 혈관 퇴화는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도 모세혈관 손상이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골다공증이 진행되면 척추가 압박골절을 일으켜 키가 줄어든다. 혈액 흐름이 나빠지면 내보낸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지고 수분이 쌓여 잘 붓게 된다. 특히 신장의 모세혈관이 손상되면 여과 기능이 떨어져 얼굴이나 다리에 부종이 생기기 쉽다. 장 혈류가 악화되면 장의 연동운동이 쇠약해져 변비에도 걸리기 쉽다. 눈 주변의 혈액 흐름이 나빠지면 피로와 안구건조증이 발생하고 내이의 모세혈관 노화는 노화성 난청에도 영향을 준다.



경동맥 혈관벽 1.1㎜ 넘으면 위험

그렇다면 자신의 '혈관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혈관 나이는 주로 순환기내과나 건강검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요 검사 방법은 △간편한 'ABI(Ankle Brachial Pressure Index·발목상완지수) 검사' △좀 더 정밀도가 높은 'PWV(Pulse Wave Velocity·맥파전파속도) 검사' △뇌로 연결되는 목 부위 동맥을 살펴보는 '경동맥초음파 검사' 등이 있다. ABI 검사는 침대에 누워 양쪽 팔과 발목 네 곳의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다리 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혈류 흐름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조사해 혈관 나이를 알아내는 것이다. PWV 검사는 심장이 박동한 후 맥이 양손과 양발까지 전달되는 속도를 측정한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혈관 벽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혈류 기세를 흡수하지 못해 맥이 빠르게 전달되게 된다.

경동맥 초음파검사는 고해상도 초음파장비를 활용해 목에 있는 경동맥 혈관 내부를 직접 관찰하고 플라크 유무와 경동맥 벽의 두께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가세 미치야 교수는 "원래 경동맥 직경은 약 10㎜이기 때문에 매년 약간 두꺼워져도 큰 지장이 없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3~4배 속도로 두꺼워진다"면서 "경동맥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플라크가 더 많이 생기거나 혈액이 지나가는 길이 막혀 잘 흐르지 않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혈관을 막아 뇌경색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동맥의 동맥경화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발병과 관련이 있다. 일본 국립순환기병 연구센터가 오사카부 스이타시 주민 약 5000명을 20년간 추척 관찰한 결과 경동맥 속의 총경동맥 혈관벽이 1.1㎜를 넘으면 뇌경색과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인자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흡연 등이고 위험인자가 많을수록 '내막 중막 복합체 두께(IMT)' 값이 높았다.



한발로 1분 버티면 일단은 안심

혈관 노화는 집에서 간단하게 근력 테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1분 이상 한 발로 서 있으면 '합격'이다. 외다리 서기는 균형력과 허벅지 근육량의 지표가 되는 테스트로, 허벅지는 전신의 혈류에 관여하고 있어 허벅지 근육이 쇠약해져 있으면 동맥경화 진행이 의심된다.

혈관 건강의 기본은 올바른 생활습관이다. 모세혈관은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 부족, 흡연 등으로도 혈류가 막힐 수 있다. 다만 모세혈관 상태가 나쁘다고 반드시 굵은 혈관의 노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일시적인 변화라면 생활습관 개선으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당장 금연해야 한다. 또한 운동을 꾸준히 하고 포화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 적당한 운동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혈액순환을 증진시켜 세포에 신선한 산소와 영영소를 공급한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혈관을 손상하는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량의 활성산소가 발생하면 간으로 운반돼야 할 지방(콜레스테롤)이 변질돼 혈관내벽에 달라붙어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충분한 수면은 항산화 성분이 강한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혈관 노화를 방지하고 혈관 나이를 젊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