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이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유해물질 배출은 40% 증가시켜
“환경 문제, 폭넓게 바라봐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배출권 거래의 영향을 받는 제조 시설과 카운티의 탄소 배출 변화. 색깔이 진할수록 유해물질 배출량이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사진=KAIST]](https://wimg.mk.co.kr/news/cms/202505/09/news-p.v1.20250509.8ac5787cbaba4e0e873fffa38a3bd8a1_P1.png)
유력한 탄소 감축 수단으로 꼽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유해물질 배출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예상치 못한 환경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목표를 가진 정책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나래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는 기여했지만, 기업들의 독성물질 배출을 최대 40%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심 카울 미네소타대 교수와 공동연구한 이번 논문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 엑세스로 공개됐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배출권을 구입한 기업들만 탄소를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든 정책이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탄소를 배출하려면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연스레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제도는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탄소를 줄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숨겨진 함정이 있었다. 연구진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형 제조시설에서 나온 탄소와 유해물질을 모두 분석한 결과, 탄소는 줄어도 유해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탄소 배출의 비용 때문이다. 원래는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정화해서 배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므로 탄소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유해물질을 정화하는 데 이어 탄소배출권까지, 이중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중 비용을 피하기 위해 유해물질을 바로 배출하는 길을 택했다. 인체에 유해한 납, 다이옥신, 수은 등 유해물질 배출이 최대 4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지금은 기후변화가 최대 환경 이슈인데, 기업들은 당장의 이슈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전 이슈였던 유해물질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된다”고 했다. 탄소 감축에만 집중한 나머지 여전히 건강에 해로운 유해물질은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미리 인식하고 환경 기술을 도입한 기업들에서는 유해물질 배출량이 늘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이 탄소 감축과 유해물질 감축 중 하나를 포기하는 반면, 이들은 꾸준히 둘 다 감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들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크다고 봐야 한다”면서 “환경 문제는 장기적으로 폭넓게 봐야 한다. 규제로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 정책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주목하는 건 NGO, 마을 사람들의 관심, 거버넌스 같은 비규제적 제도다. 이 교수는 “사람들의 관심과 평판이 기업의 친환경 행보를 이끌 수 있다”고 했다.
![미네소타대 경영대 아심 카울 교수(좌), KAIST 기술경영학과 이나래 교수(우). [사진=KAIST]](https://wimg.mk.co.kr/news/cms/202505/09/news-p.v1.20250509.9102059c92ac4a489912696f864e42da_P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