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과용 환자 309명 분석
아세트아미노펜 줄였더니
월 두통일수 절반으로 감소
주사치료시 개선효과 커져

만성 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먹고 있는 약부터 당장 끊어야 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통약보다는 주사를 통한 적절한 예방치료가 3개월 뒤 두통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데 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9일 인세대 일산백병원에 따르면 박홍균 신경과 교수팀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국내 신경과 전문 클리닉 7곳과 함께 ‘약물과용 두통’ 환자 309명을 대상으로 3개월의 치료 경과를 분석했다.
약물과용 두통이란 환자가 한달에 15일 이상 두통을 경험하고, 급성기 치료제를 과용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 등의 일반 진통제를 매월 15일 이상, 트립탄 등의 편두통 특이 약물을 매월 10일 이상 복용했을 때 약물과용 상태로 간주한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과용해온 급성기 치료제를 감량한 환자군에서는 월평균 두통 일수가 24일에서 12일로 줄었다. 치료제를 완전히 중단한 환자군에서는 두통 일수가 15일 감소했다.
반면 급성기 치료제를 계속 과용한 환자들은 두통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증상 악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두통 환자가 두통약을 지나치게 자주 복용할수록 두통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약물과용의 특징”이라며 “아프니까 약을 먹는 것이지만 남용할수록 오히려 더 잦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팀은 만성 두통을 낫게 하려면 복용약을 중단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예방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 교수팀이 앞선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방 치료를 실시한 결과, 두통 일수와 강도가 더 빠르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예방 치료법으로는 항-CGRP 단일클론항체(편두통 예방 주사), 보톡스 주사 등이 사용됐다.
박 교수는 “두통약을 끊는 것이 우선이고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예방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과용 두통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지목한 질환이다. 박 교수는 “만성 두통을 겪는다면 먼저 두통약 복용 빈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 약을 먹기보다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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