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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늦어 ‘저체중아’ 늘었지만...아기들 건강하게 퇴원합니다

체중 1.5kg 미만인 극소저체중아 산모 연령 높을수록 가능성 높아 생존율 89.3%...선진국 수준 성과 “지속적인 시스템과 매뉴얼 관리 필요”

  • 최원석
  • 기사입력:2025.01.20 15:52:56
  • 최종수정:2025-01-20 15: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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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1.5kg 미만인 극소저체중아
산모 연령 높을수록 가능성 높아

생존율 89.3%...선진국 수준 성과
“지속적인 시스템과 매뉴얼 관리 필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해 5월에 512g 몸무게로 태어난 아이가 5개월 만에 3.68kg 몸무게로 퇴원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해 5월에 512g 몸무게로 태어난 아이가 5개월 만에 3.68kg 몸무게로 퇴원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지난해 10월 결혼한 김 모씨(34)는 자녀 계획 때문에 고민이다. 김 씨는 “결혼 전에는 주변에서 ‘언제 결혼하느냐’고 성화여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요즘은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고 묻는다”면서 “딩크족은 아니지만 엄마가 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WHO가 규정한 노산의 기준 연령은 35세다. 35세가 넘어가면 가임력이 떨어지고 염색체 질환 등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노산 기준 나이가 1년 남았다고 생각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걱정을 줄여줄 보고서가 공개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극소저체중아 레지스트리 2023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극소저체중아 치료 성과는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 수준까지 올랐다. 신생아중환자실을 거치고 나면 생존율은 89.3%까지 올라간다.

극소저체중아 2000여명...20년 만에 2배

극소저체중아는 출생 당시 체중이 1.5kg 미만인 출생아를 말한다. 출생아 평균 체중인 3kg의 절반에 불과해 체온 조절 같은 기초신진대사에 어려움을 겪는다. 극소저체중출생아의 92.9%가 초기 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이 되며, 72.2%에서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이 발생한다.

인공호흡기를 단 극소저체중출생아들은 평균적으로 짧게는 12일에서 길게는 40일 이상까지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서 한 해에 태어나는 극소저체중출생아는 약 2000여 명이다. 20년 전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극소저체중아 여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조산이다. 임신 기간이 짧을수록 출생체중은 작아진다. 보고서가 분석한 극소저체중아 1680명의 평균 재태주수는 29주로, 평균보다 3~4개월이 짧다.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결혼 시기의 평균 연령대가 증가하고 임신 시기가 늦어지는 현상이 조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초혼 연령은 성별에 관계없이 매년 높아져 남성은 34세, 여성은 31.5세에 다다랐다. 자연스레 평균 출산연령도 33.6세로 높아졌다.

극소저체중아를 출산한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4.2세로, 평균 출산 연령보다 0.6세 많았다. 전체 비율에서 40세 이상 산모가 11.1%, 35~40세 산모가 38.1%를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도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36.3%인데, 극소저체중아 사례에서 고령 산모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3개월 치료받으면 건강한 일상으로

국내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극소저체중아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극소저체중아들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2~3개월 입원 치료를 받으면 89.3%가 생존한다.

재태주수가 29주 이상이면 생존율은 97%까지 올라간다. 10년 전에 비해 4% 이상 높아진 수치로,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선진국과 비슷한 치료 성과다.

신생아중환자실 퇴원 기준은 체중 2kg 내외이지만, 평균 2.8kg 정도에서 퇴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한 신생아의 체중까지 회복한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퇴원 후에도 대체로 건강한 삶을 이어간다. 보고서는 2021년에 태어난 극소저체중아를 장기 추적했는데, 이들 중 체중과 신장이 하위 5%인 경우는 각각 12.6%, 15.5%에 불과했다.

60% 가까이가 재입원 없이 지내며 90% 이상이 아이 혼자 앉거나 걷는 데 문제가 없었다. 각종 근육 운동, 인지, 언어 검사에서도 약 60%가 또래 수준이거나 그보다 빠른 성장을 보였다.

극소저체중아 치료 성과가 좋아지는 건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 덕분이다. 한국은 2013년 한국신생아네트워크를 발족해 관련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송보미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사는 “누적되는 데이터와 함께 치료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의료 기술 발전이나 신생아중환자실이 전문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덕분에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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