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의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거나 야간에 운전할 때 시야가 흐릿해도 '나이 탓'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노안은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증 등과 함께 시각장애(시력이나 시야에 문제가 있어 거의 볼 수 없는 상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히라쓰카 요시무네 일본 준텐도대 의학부 안과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눈이 침침해지는 현상을 나이 탓으로 치부하다 보면 녹내장, 황반변성 등으로 시력을 잃는 원인이 되는 눈병을 놓칠 수 있다"면서 "40세 이상은 안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저 검사는 안구 후면에 있는 망막을 관찰하는 검사로, 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연령별로 시각장애 비중을 살펴보면 80~89세 29.6%, 70~79세 28.2%, 60~69세 15.3%였다. 외부 정보의 80% 이상을 시각을 통해 얻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60·70대에 시력을 잃기에는 너무 이르다. 특히 시각장애인 비율은 2007년 전체 인구의 1.3%에서 2050년 2.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각장애는 독서나 운전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외출이 불편해져 근력·보행기능 저하, 사회참여 감소로 이어져 건강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이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눈은 전신의 창이라고 일컬어지듯이, 눈의 혈관은 동맥경화나 당뇨병 악화와 같은 건강 상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눈의 기능은 치매 위험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세계적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은 2024년 7월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시각장애'(2%)와 '고LDL콜레스테롤'(7%)을 추가했다. 그동안 치매 유발 고위험군은 저학력(5%), 난청(7%), 외상성 뇌손상(3%) 등 12개였다. 시각장애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버금가는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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