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스트레스 사건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경험'을 말한다.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신체적(물리적)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이 바로 트라우마다. 트라우마는 직접 경험할 수도 있지만, 그 사건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것을 생생하게 목격해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흔히 얘기하는 스트레스 범주를 넘어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사건을 겪었을 때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이상으로 굉장히 높으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한다면 8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목격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올라서 괴롭거나 신체적 반응으로 두근거림, 숨 가쁨, 목이나 가슴이 조이는 느낌, 소화 불량 및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불면, 과다 각성, 우울, 멍함, 비현실감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자율신경계 과활성 등의 스트레스 반응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한 누구라도 트라우마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이는 비정상적인 환경에 대한 정상적인 우리 몸과 마음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면 대개 회복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으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 50% 이상은 3개월 이내 회복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된다 해도 80~90%는 1~2년 이내에 회복할 수 있다. 큰일을 겪으면 충격, 공포, 놀람, 무기력, 혼돈 등 감정을 당연히 경험할 수 있다. 이 감정은 또다시 닥쳐올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돕는다. 트라우마는 말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면 감정적인 해소가 이뤄져 도움이 된다. 본인이 겪었거나 알고 있는 일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때 감정도 제대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라우마 직후 긴장 상태에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자꾸 그 상황이 떠올라 얘기하고 싶지 않다거나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강박적으로 '빨리 남에게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최 교수는 "첫 번째로 더 이상 위협받지 않고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옆에서 친밀하게 감정적인 해소를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을 조금 덜 힘든 기억으로 남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불면이나 우울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수면제 혹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해 해당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몇 주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하고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특정 사건 이후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등을 회피 △예민한 상태 유지 △부정적인 인지와 감정의 4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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