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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만 봐도 철렁 … 나를 괴롭히는 트라우마

사건 직접 겪지 않아도 악몽
말과 글로 용기 내 표현하면
충격·공포·혼돈 한결나아져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의심도
전문가 찾아 빨리 치료해야
12·3 계엄령
무안 항공기 참사
경제위기
……

  • 이병문
  • 기사입력:2025.01.05 16:07:09
  • 최종수정:2025.01.05 1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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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난 세밑(2024년 12월 29일)에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사고'와 함께 같은 해 12월 3일 늦은 밤 46년 만에 선포된 '계염령'은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힘들었던 국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TV를 통해 생생하게 방송된 항공기 잔해와 울부짖는 유가족의 슬픔을 지켜본 사람들과 군부 독재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50·60대는 잊혀 가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며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한다. 국내 항공기 사고는 1993년 전남 해남 야산 충돌로 발생한 아시아나 보잉737 사고(66명 사망)를 제외하면 거의 해외에서 발생했다. 1983년 소련 캄차카반도 근해에서의 대한항공 피격(269명 사망), 1997년 대한항공 괌 착륙 중 추락(225명 사망), 2013년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착륙 중 충돌(3명 사망) 사고 등이 상당수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트라우마는 '스트레스 사건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경험'을 말한다.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신체적(물리적)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이 바로 트라우마다. 트라우마는 직접 경험할 수도 있지만, 그 사건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것을 생생하게 목격해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흔히 얘기하는 스트레스 범주를 넘어 안전과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사건을 겪었을 때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이상으로 굉장히 높으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한다면 8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목격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올라서 괴롭거나 신체적 반응으로 두근거림, 숨 가쁨, 목이나 가슴이 조이는 느낌, 소화 불량 및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불면, 과다 각성, 우울, 멍함, 비현실감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자율신경계 과활성 등의 스트레스 반응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한 누구라도 트라우마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이는 비정상적인 환경에 대한 정상적인 우리 몸과 마음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면 대개 회복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으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 50% 이상은 3개월 이내 회복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된다 해도 80~90%는 1~2년 이내에 회복할 수 있다. 큰일을 겪으면 충격, 공포, 놀람, 무기력, 혼돈 등 감정을 당연히 경험할 수 있다. 이 감정은 또다시 닥쳐올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돕는다. 트라우마는 말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면 감정적인 해소가 이뤄져 도움이 된다. 본인이 겪었거나 알고 있는 일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때 감정도 제대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라우마 직후 긴장 상태에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자꾸 그 상황이 떠올라 얘기하고 싶지 않다거나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강박적으로 '빨리 남에게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최 교수는 "첫 번째로 더 이상 위협받지 않고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옆에서 친밀하게 감정적인 해소를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을 조금 덜 힘든 기억으로 남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불면이나 우울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수면제 혹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해 해당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몇 주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하고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특정 사건 이후 △강제적이고 반복적인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등을 회피 △예민한 상태 유지 △부정적인 인지와 감정의 4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진단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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