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가 신임 사장 임명 건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김유열 EBS 전 사장을 비롯해 현직 보직자들이 MBC 아나운서 출신 신동호 사장의 임명을 저지하고 있는 가운데,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변론 기일이 곧 열린다.
앞서 지난 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전체 회의를 열고 신동호 EBS 사장 임명 동의 건을 의결했다. 이에 김 전 사장은 이튿날인 27일 서울행정법원에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과 임명 무효 소송을 냈다.
이와 더불어 입장문을 내고 “이른바 ‘2인 체제’ 방통위가 EBS 신임사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 방통위원장이 신임 사장을 임명한 처분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신청과 무효 확인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사장은 개인적으로 소송을 피하고 싶었다면서도 “33년간 몸 담아온 EBS인으로서 풍전등화의 EBS 미래를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싸움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장은 EBS라는 법인 뿐만 아니라 EBS라면 당연히 요구되고 기대되는 공영성, 공공성, 공익성과 교육성을 대표한다. 저와 EBS 가족 모두는 그동안 사회적 혼란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EBS가 진영과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불편부당하며, 신뢰받고, 도덕적인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 왔다”며 “어린이와 학생들을 위한 교육방송이기에 EBS는 더더욱 도덕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현재 EBS의 재원이 TV수신료 5.8%, 정부의 의지에 영향을 받는 정부 지원 보조금 31%, 자체 사업 조달 재원 63%라는 기형적인 재원 구조를 가졌다고 지적하면서 “조그마한 외부적 충격으로도 심각한 경영 상의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는 취약한 재정구조를 가진 방송”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사장이 입장문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크게 3가지다. ▲신임 사장 임명 행정처분의 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 상실, ▲행정 처분으로 인해 E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공익성, 공정성 훼손 가능성, ▲행정처분으로 인한 즉각적이고 불가역적인 손해 발생 가능성이다.
김 전 사장은 방통위가 5인 합의제 기구로 운영 방식이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2인 체제에서 이뤄진 신임 사장 임명 처분은 위원회의 정상적 운영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중대한 절차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MBC 방문진 이사들이 신청한 방통위 2인체제에서의 의결이 불법적이라는 대법원의 결정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집행기관의 장인 사장에게 내려지는 행정처분으로 인한 손해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이며 불가역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에 신속한 법적 대응을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한다”며 “EBS에 미칠 즉각적인 손해와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MBC 방문진 이사들이 신청한 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신청 후 3일만에 신속하게 임명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잠정결정을 내린 것처럼 본 임명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잠정정지결정이 필요하다”고 빠른 법적 절차 진행을 호소하기도 했다.
EBS 내부 직원들도 방통위의 신임 사장 임명에 반기를 들었다. 지난 달 26일 EBS 보직 간부들은 결의문을 내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위법성이 지적된 2인 체제하에서 EBS 신임 사장 선임을 강행하고 있으며, 이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간부들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이루어진 결정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으며, 그 결과 또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EBS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EBS를 이끌 수는 없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거버넌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부들 뿐 아니라 직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신동호 사장의 임명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EBS 직원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EBS와 구성원들은 교육 공영방송사로서 시청자들에게 공적 가치를 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방통위의 위법 논란 속 사장 선임은 EBS의 본질과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며, 이에 대해 구성원들이 분노하여 출근 저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3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김유열 전 EBS 사장이 제기한 신동호의 EBS 사장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1차 변론 기일이 열린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사건을 재판관 4인의 기각 의견과 4인의 인용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에 이 방통위원장은 업무에 복귀했으나, 헌재가 방통위의 2인 의결에 대해 위헌, 위법성을 두고 4 대 4로 의견이 갈릴 정도로 불법성을 지적하고 있다.
EBS 사장 선임 과정 중 최초로 임명 과정의 불법성을 두고 다투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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