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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서 만나는 트럼프·시진핑…韓 외교지평 넓힐 기회로 [사설]

  • 기사입력:2025.09.21 17:25:02
  • 최종수정:2025-09-21 18: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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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음달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설왕설래했던 경주 회동 가능성을 명확히 한 것이다. 최근 '관세전쟁' 등으로 미·중 관계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린 만큼 한국에서 올해 최대 외교 이벤트가 열리는 것은 APEC 의장국으로서 환영할 일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초강대국 사이에서 한국 외교의 '가교(bridge)' 역할을 강조한 것이 현실화된 점도 의미가 크다. 이번 일을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경주 회동이 성사되면 2019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의 일이다. 무엇보다 미·중 갈등이 날로 첨예해지고 세계 각국이 미국발 관세 후폭풍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번 만남이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은 엄청나다. 우리로서는 단순히 만남의 장소 제공만이 아니라 국제교역·안보에서 긴장 수위를 낮추고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다해야 한다.

또 미·중 간에는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 종전 등 현안이 많아 북핵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북한도 주시할 두 정상 간 회동에서 대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남은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주 유엔을 방문해 기조연설과 함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 정상 최초로 공개 토의를 주재하게 된다. APEC에 앞서 우리 외교 위상을 높이는 또 한 번의 성과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미·중 어느 한쪽이 주도하는 모임에 소극적이었는데, APEC과 유엔 등 미·중이 참여하는 다자 무대에서만큼은 외교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미·중 정상회담 개최로 국제사회 관심을 끌면서 내용적으로 성공에 가까이 왔다. 하지만 그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러야 하는 부담 역시 커졌다. 현 정부 첫 다자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우리 국격을 높이고 '실용 외교'의 나아갈 길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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