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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탈출 과학자 영입 위해 백지수표 꺼낸 日 대학 [사설]

  • 기사입력:2025.06.09 17:30:01
  • 최종수정:2025.06.09 1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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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들이 미국에서 이탈하는 우수 연구자 모시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연구비를 삭감하면서 연구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센다이에 위치한 도호쿠대는 무려 300억엔(약 2820억원)을 투입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 5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고, 교수 1인당 연봉으로 3000만엔(약 2억8500만원)을 제시했다. "탁월한 인재에게는 연봉 상한선도 없다"며 '백지수표'도 꺼내들었다. 히로시마대, 리쓰메이칸대, 오사카대 의대 등도 수억 엔을 들여 연구자 유치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대학 차원의 투자가 아니다. 일본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에 나섰고, 대학들은 그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4일 "일본의 연구력 강화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우수한 해외 기술 연구자를 유치하는 '국제두뇌순환'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실적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이 미국 과학기술계의 혼란을 인재 확보와 혁신 역량 회복의 호기로 삼은 것이다. 도호쿠대가 '쩐의 전쟁'을 시작한 것도 일본 정부로부터 '국제 탁월 연구대학'으로 선정돼 올해 154억엔을 지원받게 된 것이 배경이다.

비슷한 위기를 마주한 한국은 어떤가. '인재 영입'은커녕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매년 이공계 학부생·대학원생 3만명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인공지능 인재 순유출국이다. 낮은 연봉과 열악한 연구 환경, 혁신을 저해하는 경직된 연구문화 등 연구자 홀대가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 각국이 첨단산업 패권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인재 양성과 유치에 손을 놓고 있어선 혁신이 뒷걸음질할 수밖에 없다. 인재는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고, 한번 떠난 인재는 돌아오지 않는다.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인재 육성과 유치를 위한 국가적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일본처럼 우수 인재에 대해 파격적인 연봉과 처우를 보장해야 하고,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재를 지키는 나라만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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