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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한일관계 다짐한 李-이시바 …'경제공동체' 비전 논의를 [사설]

  • 기사입력:2025.06.09 17:30:01
  • 최종수정:2025-06-09 19: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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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했다. 주요국 정상 중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빨랐다. 통화에서 두 정상은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지정학적 위기 대응 노력을 해 나가자,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 국민들 간 활발한 교류 흐름을 주목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 대통령도 여러 번 강조했듯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일 협력이 기본이 되고 여기에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선린이 더해질 때 가장 안정적인 구도가 된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굳어진 이 지형이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없다. 한·미·일 협력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늘 한일 관계였다. 위안부·징용 노동자·독도·교과서 등 민감 이슈가 돌출하거나 민족주의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면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곤 했다. 한일 갈등이 심각했던 문재인 정부 때는 중간에 선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어 한미 관계도 매끄럽지 못했다.

백악관이 이 대통령 당선 축하메시지에서 중국의 개입을 경계한 것에서 보듯 미국 조야에는 이 대통령의 과거 친중 발언을 불편해하는 기류가 있다.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런 의심을 불식해 대미 관계까지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한일 간에는 정치적 자본보다 민간교류로 쌓인 경제적 신뢰 자본이 훨씬 두텁다. 최근 최태원 SK 회장을 필두로 양국 관계를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넘어 공급망 협력, 기술 개발을 함께하는 화학적 결합을 통해 중국의 질주, 미국 우선주의에 대응한다는 개념이다. 일본과 손을 잡는다면 색안경을 끼고 보던 시절이 있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선 지금은 다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 패권을 견제하려면 한일의 경제역량이 더 커져야 한다. '한일 경제공동체' 비전을 놓고 정상급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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