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은 4일 취임식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다. 12·3 비상계엄 이후 6개월간의 국정공백을 정상화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새 정부 앞에 산적한 국정과제는 결코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적 내전 수준의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작업이 시급하다. 대선은 끝났지만 국론 분열은 탄핵 국면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그대로다. 비상계엄 핑계가 된 부정선거 음모론은 이번 선거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당선인에게 승리에 도취할 시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서둘러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

이번 대선에선 지난 대선과 비교해 선거폭력은 2배, 현수막·벽보 훼손은 3배로 급증했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대결과 불통의 정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어느 한쪽만 탓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민주당은 셀 수 없는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거부권에만 의존해 '정치 실종' 상태를 만들었다. 새 정부가 출범한다고 국정운영의 협조를 요구한다면 야당이 순순히 들어줄 거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 대화하고 양보해야 한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강조한 '국회와의 협치' 의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앞에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방위비 압박에서 국익을 지켜내고, 0%대로 떨어진 경제성장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국가소멸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새 정부의 몫이다. 특히 개헌은 고장 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협치를 제도화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정치적 내전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느 것 하나 쉽사리 풀어낼 수 없다. 결국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더 큰 미래를 위해 당선인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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